정부서 ‘폐지’ 카드 꺼내자 후퇴
‘지지층 결집’에 주력해야 할 시기
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논의에서 한발을 뺐다. 당내에서 종부세 재검토 문제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 데다 여권에서 ‘종부세 폐지’ 카드를 들고나오자 '작전상 후퇴'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개별적인 견해들이 나오면서 시민사회에서는 당이 종부세를 폐지하고 완화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종부세에 대한 접근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진 의장은 “당에서는 공식적으로 종부세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졸속으로 검토할 일이 아니고 개별 의원의 소신에 의해서 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법개정은 국민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국가 재정 상황도 검토해 당론을 정할 문제”라며 “조세 정의와 과세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진 의장은 종부세 검토 여지는 열어뒀다. 그는 “정부가 7월이면 세법 개정안을 제출한다”며 “그 일정에 맞게 당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추후 종부세에 더해 보유세와 취득세,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조세 개편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다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종부세 개편 논의는 박찬대 원내대표, 고민정 최고위원 등 지도부 인사가 ‘종부세 폐지’를 주장하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다만 대통령실이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세율을 낮추는 등 부동산 관련 조세 개선 방안을 검토하자 입장이 바뀌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본지에 “민주당 핵심 지지 기반인 86세대와 97세대는 불평등에 대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사람들로서 종부세를 지지하는 여론이 더 많다”며 “여기에 정부·여당이 폐지를 꺼내면서 종부세 논의는 폐지냐, 완화냐의 논쟁으로 가게 됐다. 민주당 입장에서 진보 진영의 아이콘 같은 종부세 논쟁을 끌고 갈 이유가 사라진 것”이라고 했다.
‘중도 확장’보다는 ‘지지층 결집’에 주력할 시기라는 점도 민주당의 입장 선회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대선이나 총선 때 이른바 ‘한강 벨트’가 스윙보터 지역이었던 이유가 종부세 여진이 살아있었기 때문인데 당분간은 선거가 없다”며 “지금 종부세 문제를 건드리면 ‘채상병 특검법’ 등 지지층 결집이 필요한 이슈에서 지지자들이 분산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국회 개원과 동시에 1호 당론 법안으로 채택한 ‘채상병 특검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 지도부는 지난달 25일과 1일 채상병특검법 재추진을 촉구하는 장외집회를 서울역에서 잇따라 연 데 이어 8일에는 고(故) 채상병의 고향인 전북지역에서 채상병 특검법 관철을 위한 장외집회를 열 계획이다. 채상병 사망 1주기인 7월 19일에는 시민단체와 함께 대규모 집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