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침범해 1명 사망‧2명 중상 입었지만…대법 “중대한 과실인지 다시 판단해야”

입력 2024-06-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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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손해배상 채무…면책 대상 아냐”
대법 “중과실 아닌 경과실로 중앙선을 침범하는 경우도 있어”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중앙선 침범 사고로 3명의 사상자를 낸 이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양수금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의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중앙선 침범 사고를 일으킨 사실이 곧바로 중대한 과실로 이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환송한다”고 지난달 17일 밝혔다.

사건은 1997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씨는 아버지의 차량을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맞은 편에서 오는 차량과 충돌했다. 해당 사고로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3명 중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크게 다쳤다.

동부화재해상보험은 1999년 2월 사고 피해자들에게 4500만 원가량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후 이 씨를 상대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소송을 냈고 2012년 승소했다.

이 씨가 2014년 의정부지방법원에 파산 및 면책 신청을 내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이 씨는 2015년 6월 법원으로부터 면책결정을 받았다. 당시 동부화재해상보험의 채권도 면책 대상 목록에 포함됐다.

2020년 2월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동부화재해상보험으로부터 이 씨와 관련된 채권을 넘겨받았다. 이후 2022년 6월 이 씨를 상대로 양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이 씨가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에 4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중앙선을 넘는 이 씨의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손해배상 채무이므로 면책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 씨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도 재판부는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다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이 비면책채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이 씨가 약간의 주의만으로 쉽게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데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며 “중과실이 아닌 경과실로 중앙선을 침범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씨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씨는 자신이 주행하던 차로에 다른 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보고 충돌을 피하려다 중앙선을 침범했다”며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판단하는 직접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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