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멀티플렉스 '인사이드 아웃 2' 전용관으로 전락
독립영화계 "최소한의 상영 기회, 법적으로 보장해야"
디즈니ㆍ픽사의 대표작 '인사이드 아웃 2'가 개봉 전부터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개봉 첫 주말 CGVㆍ롯데시네마ㆍ메가박스 등 주요 멀티플렉스에서 오직 '인사이드 아웃 2'만 상영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인사이드 아웃 2'의 사전 예매 관객수는 13만4019명이다. 개봉 이틀을 남긴 시점에서 이미 10만 명의 관객수를 돌파했다.
2015년에 개봉한 피트 닥터 감독의 '인사이드 아웃 1'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감정인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등을 의인화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11살 소녀 '라일리'가 느끼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을 캐릭터로 만들어 한 소녀의 마음의 풍경을 기발하게 재현한 것.
속편의 연출을 맡은 켈시 맨 감독은 위 다섯 가지 감정에 더해 '불안', '당황', '따분', '부럽'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었다. 이는 13살이 된 라일리가 겪게 되는 다양한 일들을 조금 더 복잡한 감정으로 표출하기 위해서다.
1편은 한국에서 490만 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2편은 지난달 열린 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34분가량 '풋티지 상영'을 진행했다. 풋티지 상영이란 쉽게 말해 '긴 예고편'이다. 영화 개봉 전, 홍보 차원에서 오프닝이나 주요 장면 등을 미리 공개한다.
개봉 전부터 영화의 인기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CGVㆍ롯데시네마ㆍ메가박스 등 주요 멀티플렉스 상영표는 개봉 일인 12일부터 '인사이드 아웃 2'로 도배돼 있다. '범죄도시 4'가 휩쓸고 간 자리를 '인사이드 아웃 2'가 대체한 것이다.
특히 이날 기준 롯데시네마 영등포점은 개봉 첫 주말인 15일(토)과 16(일)일에 오직 '인사이드 아웃 2' 상영관만 열린 상태다. '인사이드 아웃 2' 전용관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롯데시네마 가양점, 신도림점, 합정점 등도 마찬가지다.
CGV도 구로점, 등촌점, 연남점 등에서 주말 내내 '인사이드 아웃 2' 예매만 받고 있다. 용산아이파크몰점은 '인사이드 아웃 2'를 제외하면 대부분 영화들이 하루에 1~2회만 상영된다. 메가박스 마곡점, 신촌점, 홍대점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 영화관의 위기는 OTT가 아니라 영화관이 자초하고 있다"라며 "그렇지 않아도 영화계가 위기인데, 극장이 이런 식으로 상영표를 짜버리면 작은 영화는 설 자리가 없다"라고 성토했다.
독립영화를 주로 만드는 한 제작사 관계자는 "독립ㆍ예술영화에 대한 최소한의 상영 기회를 보장하는 방안을 법제화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라며 "영화 상영의 다양성이 무너지면 시민들의 관람권 침해는 물론이고, 극장도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한국영화산업 위기극복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협의체에서는 홀드백(hold back) 법제화를 포함해 객단가 문제, 최소 상영 기간 문제 등 한국영화의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극장ㆍ제작ㆍ투자배급ㆍOTT 업계별로 견해차를 보여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