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엔비디아 액면분할 앞두고 폭풍매수
7일간 美주식 3억 달러 사들여
‘주가 10분의 1’ 엔비디아가 62%
주주친화정책·독점지위 긍정 요소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서학개미)의 매수세가 최근 거세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가 이어지는 데다 액면분할로 인한 주가 상승이 기대되면서 엔비디아에 투자금의 절반 이상이 몰렸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이달 들어 7일까지 미국 주식을 3억1662만 달러 순매수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2억1657억 달러)과 비교하면 46% 증가한 규모다.
이는 한화로 4300억 원이 넘는 액수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증시에서 1조 원 넘에 순매도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은 엔비디아다. 국내 투자자는 이 기간 순매수한 금액의 62%(1억9447만 달러)를 엔비디아를 사는 데 썼다.
엔비디아에 매수세가 몰린 이유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이날부터 10분의 1로 낮아진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이달 7일 주식을 10분의 1로 액면분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당 액면가격을 낮춰 주식 수를 늘리면 주식의 가격이 저렴해져 거래가 늘어나고 주가도 오르는 경향이 있다. 실제 해당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국내 투자자는 엔비디아를 16억9080만 달러, 한화로 2조 원 넘게 매수했다.
AI주 열풍이 이어지는 것도 한몫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거침없이 오르며 애플을 제치고 미 증시 시총 2위 자리에 올랐다. 하루 만에 다시 3위로 내려앉긴 했지만 일시적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액면분할 이후 엔비디아의 주가가 얼마나 오를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는 2021년 7월에도 4대 1로 액면분할을 단행했는데 한 달 후 주가가 12% 올랐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2018년 50대 1로 액면분할 하면서 한 주당 5만 원대로 낮아졌는데 현재 7~8만 원대로 올라섰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 분할이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으나, 가격 부담을 낮춰 매수세를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분기 배당금은 150%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액면분할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 성장 지속성에 대한 우려에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AI에 대한 강한 수요와 고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경쟁력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며 “당장 고성장 기대를 꺾을 요소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엔비디아의 시총 2위 안착 시도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