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제 적용 최저임금 결정권 등 논쟁 장기화
노동계와 경영계가 도급제 적용 최저임금 결정 여부를 놓고 재차 충돌했다. ‘최저임금법’ 제5조 3항은 도급제 등의 최저임금을 시행령에 따라 별도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놓고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내에서 별도 최저임금도 함께 심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최임위가 아닌 시행령을 통해 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임위 3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근 몇 년간 노동시장 저변확대에 따라 플랫폼 및 특수고용직 노동자 비율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수백만의 노동자가 임금을 비롯한 최소수준의 법의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을 최저임금 제도로 보호할 수 있는 선제적 조치가 이루어질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최저임금법은 외형상으로는 최저임금 결정권을 고용노동부 장관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제8조 제1항에서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해 의결한 최저임금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최저임금 결정권을 최저임금위원회에 부여한 것”이라며 “제5조 3항에서 규정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해져 있는 경우로서 제1항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한 경우’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현시점에서 최임위가 이를(도급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법에서 부여된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라며 “이는(최저임금법 제5조 3항은) 특정 도급형태의 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서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며, 그 인정 주체는 정부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반박했다. 또 “수습근로자 감액 적용의 경우에도 최저임금법에서 다른 금액으로 정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이를 시행령에 위임했으며 이에 따라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점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고 강조했다.
최임위 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도 노·사가 팽팽히 대립했다. 이 부위원장은 “최임위 논의 결과는 전 국민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전 국민의 임금협상”이라며 회의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류 전무는 “이미 우리 최임위는 노·사·공익위원 대표가 모두발언을 통해 각 주체의 입장을 공개하고, 회의 이후 내용과 관련해서도 자유롭게 언론에 발표하고 있기 때문에 소위 언론에서 말하는 ‘밀실’ 회의라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전원회의 전체를 공개하면 회의 내내 선명성 경쟁만 격화할 뿐 합리적인 토론은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관행과 원칙은 우리나라와 같이 위원회 방식을 채택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어느 국가도 회의 전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은 6월 27일이다.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심의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정리된 후 시작된다. 지난해 최임위는 15차 전원회의에서 올해 적용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했다. 올해도 비슷한 차수로 회의가 진행된다면, 주 2회씩 회의가 개최돼도 법정 시한 내 최저임금 결정은 물리적으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