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대통령 정당 다른 '동거정부' 가능성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
증시 벤치마크, 4개월래 최저치
유로화 가치는 1개월래 가장 낮아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6월 하원 선거를 앞두고 프랑스에서는 정당들의 합종연횡이 시작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참패하자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선언하면서 프랑스 정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이다.
이날 프랑스 정통 보수인 공화당이 수십 년의 금기를 깨고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과의 연대를 선언했다. 극우 정당이 대세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상생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여론조사업체 Ifop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RN의 지지율은 35%, 공화당은 9%다. 여기에 RN은 더 극우로 평가되는 정당 르콩케트와도 연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정당의 지지율을 단순 계산하면 우파 연합 지지율은 47%에 달한다.
반면 마크롱의 속한 여당 르네상스는 18%에 그친다. 이에 좌파도 연대에 나섰다.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공산당, 사회당, 녹색당 등 좌파 4개 정당은 ‘인민 전선’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이들 정당 지지율이 워낙 낮아 우파 연합에 맞서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총선이 좌우 진영 대결 구도로 흘러가면서 고립된 마크롱 대통령은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 우파 연합이 총선에서 이긴다면 마크롱 대통령은 중도, 총리는 우파 또는 극우파가 되는 ‘코아비타시옹(좌우동거정부)’이 된다.
이미 프랑스는 재정 문제로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지적을 받아왔는데 신용등급 추가 강등 위험에 놓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부채 증가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를 지목하며 지난달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또 다른 신평사 무디스는 전날 성명을 내고 “이번 프랑스의 조기 총선이 재정 건전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경고했다.
특히 우파 연합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재정 건전성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RN은 아직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그간 은퇴 연령 하향 조정, 휘발유·전기·가스 부가가치세 인하 등을 주장해왔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날 “극우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경제정책을 주도할 경우 프랑스가 부채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면서“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2022년 무리한 감세 정책을 내놨다가 45일 최단기 총리라는 오명을 얻은 트러스 전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