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됐을 때 미국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런 예언자 같은 발언을 했다. 당시만 해도 ‘설마…’ 하고 생각했는데 2년에 걸친 팬데믹이 끝나고 2년이 흐른 지금 상황을 보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더 많은 사람이 ‘롱 코비드(long Covid)’로 불리는 후유증으로 고생했거나 지금도 시달리고 있다. 2년에 걸쳐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초유의 집단 실험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에도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그 결과 팬데믹이 끝나고 2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몸과 마음에는 여전히 그 영향이 남아있는 것 같다.
롱 코비드는 극심한 피로나 브레인 포그(brain fog), 즉 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은 인지력 저하 또는 만성 통증 등의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다. 팬데믹의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코로나19는 감기처럼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고 그 결과 지금도 지구촌에서 무려 65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롱 코비드로 고생하고 있다.
그러나 롱 코비드의 원인은 아직도 확실치 않다. 바이러스가 완전히 소탕되지 않고 조직에 잠복해 있으면서 증상을 일으킨다는 가설과 미세 혈전이 남아 혈액 순환을 방해한다는 가설, 바이러스로 유발된 항체가 자기 조직을 공격해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는 가설 등이 유력하다.
생물학 논문 사전 게재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최근 흥미로운 논문이 올라왔다. 롱 코비드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서 분리한 항체를 쥐에 투여하자 통증 민감도가 커지고 운동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즉 인체 면역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만든 항체가 인체조직을 공격하는 자가항체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감염으로 자가항체가 만들어지는 현상이 없지는 않지만, 코로나19처럼 많은 사람이 걸리는 전염병에서 생긴다면 심각한 문제다.
롱 코비드가 직접적인 후유증이라면 팬데믹 2년을 겪으며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간접적인 후유증을 낳고 있다.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발하던 사람들조차 자유를 되찾은 뒤에도 여전히 실내에 머물며 OTT 콘텐츠를 즐기는 식이다. 그 결과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비만율도 올라갔다. 이런 현상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아동 종합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9~17세 아동 비만율이 2018년 3.4%에서 2023년 14.3%로 5년 새 무려 4.2배로 높아졌다. 주중 앉아 있는 시간이 5년 새 524분에서 636분으로 24% 늘었고 수면 시간은 8.29시간에서 7.93시간으로 4.3% 줄었다. 팬데믹 동안 집안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매달리던 습관이 들다 보니 덜 움직이고 잠은 부족해지면서 살이 찐 것으로 보인다. 이 사이 아이들의 정신 건강도 나빠져 스트레스가 대단히 많다고 답한 비율이 0.9%에서 1.2%로 늘었다. 우울감 경험이나 자살 생각 등 정신 건강 고위험 아동도 늘었다.
이런 생활 습관 변화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아동 근시가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한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홍콩의 6세 아동의 중증 근시 비율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우리나라 연구 결과는 없지만, 경향은 비슷하지 않을까.
“안경 낀 사람이 안 낀 사람보다 더 많은데 좀 일찍 눈이 나빠진다고 문제가 되나?” 이렇게 생각할 독자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근시가 심하면 안경으로 시력을 교정해도 눈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망막 박리와 황반변성, 녹내장 같은 심각한 질환에 걸릴 위험성은 물론 실명 위험성도 크게 높아진다. 근시가 빨리 올수록 중증이 될 가능성도 크다.
수개월 전부터 미국의 여러 농장에서 H5N1형 고병원성 조류독감바이러스에 감염된 소들이 보고되고 있다. 분석 결과 소의 젖샘 세포가 바이러스에 취약하고 착유기가 감염 경로로 보인다. 미국 보건 당국은 아직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하지만 농장 근로자 3명이 감염됐다. 만에 하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호흡기로 전파될 수 있게 돼 팬데믹으로 발전한다면 또 다른 대재앙이 될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국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