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층 식품관 내 다양한 팝업 시도로 고객 눈길 끌고 체류시간 연장 효과도
단순 먹거리 매장 넘어 '백화점 심장'된 식품관…"식품관 퀄리티로 모객 좌우"
21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관 지하 식품관. 지하 1층 한복판에 '5성급' 롯데호텔 각 분야별 셰프들이 4~5평 남짓한 한 공간에 모였다. 평소 고급호텔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마주치기 쉽지 않은 이들이 백화점 식품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8일까지 ‘푸드 밸리 인 소공(FOOD VALLEY IN SOGONG)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이 팝업은 일식, 중식, 양식 등 롯데호텔 레스토랑을 비롯해 호텔 인기메뉴를 포장 메뉴로 재구성해 판매하는 행사다.
주말 대비 다소 한적한 분위기였음에도 조리를 담당하는 셰프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팝업 현장에는 롯데호텔 식음료 담당자 등이 직접 주문을 받고 고객 반응 등을 체크했다. 현장에 나와있던 김철승 롯데호텔서울 팀장(셰프)은 "여름철을 맞아 진행하는 행사인 만큼 장어덮밥이나 후토마키와 같은 보양식에 집중했다"면서 "일반 식사류 뿐 아니라 베이커리(핑거푸드) 등 업장 별 고객 반응이 가장 좋았던 메뉴를 추렸다"고 설명했다.
오후 4~5시 무렵이 되자 팝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간편한 한 끼 식사로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가격이나 픽업 전용 메뉴로 기존 호텔 업장 대비 가격을 낮춘 것이 고객 관심을 끈 것이다. 이날 선보인 후토마키와 멘보샤는 각각 2만3000원, 민물장어덮밥은 2만8000원, 궁보소스 장어와 등갈비 튀김이 3만 원에 판매됐다. 또한 사전예약(현장예약 시 1시간 전 주문)을 통해 판매되는 세계 3대 진미 샴페인 핑거푸드(훈제 민물 장어 타르트, 트러플 아란치니, 캐비어 크림 타르트)는 15만 원에 판매됐다.
현장에서 고객 응대에 나선 양정희 롯데호텔 매니저(뷔페 레스토랑 라세느 책임자)은 "2019년 이후 대략 4년여 만에 재개하는 행사"라며 "일식당 후토마키가 유명한데 이번 메뉴 개시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신 분들도 있고 일상적으로 백화점을 이용하는 VIP 분들 중 '기다렸다'는 반응도 보이신 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다보니 업장과의 가격 차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 만큼 좋은 품질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함께 진행된 '아세안 플레이버 타운' 팝업 스토어 역시 많은 사람들로 분볐다. 롯데백화점과 한-아세안센터 협업을 통해 단독으로 진행된 행사에서는 아세안 지역 과일과 소스, 음료와 스낵 등이 최대 7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 팝업은 매장 색감부터 상품 배치까지 재기발랄함이 넘쳤다. 그 때문인지 식품관을 지나던 여성고객 상당수가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구경했다.
이 자리에서 수입 음료와 과자 등을 구입한 49살 오 모씨는 “백화점에 볼 일이 있어 잠깐 들렀다가 행사를 하고 있길래 가성비가 좋아 상품을 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 씨는 “평상시에도 관심이 있던 상품들의 할인율이 좋더라”며 “예전 외국여행 갔을 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해 좋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커피 상품을 구매한 한 60대 여성 역시 "평소 백화점을 자주 찾는데 (팝업이) 눈에 띄더라"며 짤막하게 언급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매장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산 커피(마요라 코피코 커피캔디) 제품의 경우 최근 국내 한 드라마(커넥션)에 자주 등장해 고객들이 많이 찾더라"며 "홍콩 '제니베이커리 쿠키'도 고객들이 많이 찾는 상품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롯데백화점 식품관의 다양한 시도는 실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본점 F&B 실적은 올해 1~5월 기준 전년 대비 10% 가량 신장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면적인 매장 리뉴얼이 아니더라도 참신한 매장 구성과 새로운 아이템의 팝업 등 다양한 변화를 꾀해 고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불황에도 백화점 맛집이나 유명 디저트 매장 대기줄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식품관 활성화가 다른 분야 매출로 연결될 여지가 높다고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은 대표적인 오프라인 점포이긴 하나 그 중에서도 고객들의 쇼핑 트렌드를 민감하게 체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식품관"이라며 "단순히 먹는 곳을 뛰어넘어 백화점 내 고객 체류시간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식품관 차별화를 위해 다각도로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