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외식보다 집밥 선호…소비자트렌드 ‘S. A. V. E.’로 나타났다

입력 2024-06-19 14:00수정 2024-06-1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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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유통전문 뉴스레터 리테일톡 1주년
‘2024년 하반기 소비트렌드’ 세미나 개최
잘 팔리는 상품 4대 키워드
‘건강한 웰니스(S)’, ‘생활방식 적응(A)’
‘가격차별화(V)’, ‘맞춤형(E)’ 꼽혀

▲6월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고물가 속에서도 최근 1년 간 매출 성장세를 보인 브랜드들의 공통 키워드는 ‘S, A, V, E’ 특성을 가진 절약형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S, A, V, E’는 건강한 웰니스(Sound wellness), 생활 방식 적응(Adaptation of lifestyle), 가격 차별화(Variation of price), 맞춤형(Elaboration)의 4가지 특성을 의미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유통전문 뉴스레터 리테일톡 창간 1주년을 맞아 19일 상의회괸에서 2024년 하반기 소비트렌드 변화와 대응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고물가 시대를 맞아 소비 트렌드 변화를 짚어보고 기업들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서 최근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박춘남 닐슨아이큐 전무는 “소비자들이 충동 구매를 줄이고 목적 구매 성향이 확산되면서 필수재 위주의 소비 패턴이 강화되는 등 절약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장하는 브랜드들의 공통 키워드를 보면 웰니스 추구,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 반영, 가격 차별화, 맞춤형 개인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닐슨아이큐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웰니스 트렌드를 반영한 단백질 음료의 매출액은 지난해 35.8% 성장했다. 고령 인구를 대상으로 한 환자대용식은 78.6%나 성장했으며 1~2인 가구 증가로 인해 미니가전, 밀키트 소비도 크게 늘었다.

중간 가격대 제품 시장(mass market)이 축소되고 저가와 프리미엄 시장으로 나뉜 소비 양극화가 심화함에 따라 단위 당 가격이 낮은 대용량 제품과 고급 가전제품의 판매량이 동시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색상과 재질을 원하는 스타일로 선택할 수 있는 디자인 맞춤형 가전 등 개인 맞춤형 제품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이날 세미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소비시장은 고물가와 경기침체 영향으로 불황형 소비패턴이 고착화되면서 외식보다는 집에서 직접 요리할 수 있는 식료품과 생필품 등 필수재 위주의 소비패턴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 데이터 기업 ‘칸타’의 심영훈 본부장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 시대에 접어들면서 신선식품을 포함한 올해 1분기 국내 소비재 시장 규모가 전년 동분기 대비 구매량은 6%, 구매액은 9% 성장했다”고 밝혔다.

심 본부장은 “이러한 성장은 물가상승과 가정 내 내식 소비 확대에 따른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금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1분기 기준 식품 카테고리에서 연간 성장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냉동식품(23%), 소스‧양념류(20%)인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소비재 구매 현황 (대한상공회의소)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윤덕환 이사는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과 주가 등의 자산 가치 하락과 급격한 물가 상승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장기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이은 품질 및 안전 이슈에도 불구하고 ‘알리’나 ‘테무’와 같은 중국 저가 이커머스몰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상당히 많아 당분간 절약형 트렌드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문경선 총괄은 "15~34세 ‘잘파 세대’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소비 규모를 줄이지 않은 세대”라며 "가용 예산은 가장 적지만 최적의 구매 채널과 타이밍을 공략해 지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는 ‘프리미엄 짠테크' 소비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저가 플랫폼들이 국내 잘파세대를 가장 먼저 공략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잘파세대란 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로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뜻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개인 개성과 가치관을 중요시하며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고물가로 인한 불황형 소비 트렌드가 고착화됨에 따라 유통 및 소비재 기업들은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조강연자로 나선 글로벌 컨설팅기업 ‘커니’의 안태희 파트너는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고물가로 인한 수요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용량을 늘리고 단위당 가격을 낮춘 ‘역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을 출시하고 PB 상품 라인을 다각화해 다양한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며 “올해 4월 월마트가 신규 출시한 프리미엄 식품 PB ‘베터굿즈(bettergoods)'가 대표적인 PB 다각화 사례”라고 설명했다.

베터굿즈는 그간 저가 PB에 주력했던 월마트가 프리미엄 수요에 대응하고 고소득층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출시한 프리미엄 식품 PB다.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고 인공 첨가물을 배제하는 등 건강 요소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장근무 대한상공회의소 원장은 "유통과 소비재 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판매가 인하 압박 속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비용 절감과 매출 증진을 위해 타 업체와의 전략적 협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해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으며 하반기 대규모 할인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위축된 소비시장을 진작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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