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저평가돼있는 아시아 시장에는 ‘알파’를 창출할 다양한 투자 기회가 여기저기에 포진해있다. 한국에서는 주주환원 정책 추진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까지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으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하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시작하면 아시아 국가들은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크랩 대표는 미국 기준금리 향방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시장 흐름에 대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그간의 역사와 대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고금리가 유지돼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러 선행지수를 보면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어 어느 시점에 금리는 인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글로벌 금리 인하와 경기 부양으로 아시아 시장을 향한 투자가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아시아 주식이 미국에 비해 큰 폭으로 할인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역사적으로 아시아와 미국 시장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정점에 달한 뒤 양측의 주가순자산비율이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인도의 경제성장, 한국·일본의 주주 가치 제고 노력, 호주의 에너지 전환 핵심 광물 등 아시아 각국의 경쟁력 역시 뚜렷하다”며 “특히 인공지능(AI), 전기차(EV) 등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분야에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크램 대표는 한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따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시장은 한국 기업들이 투자 기회가 좋지 않음에도 투자한다는 점을 꼽고 있다”며 “이제는 자사주를 매입해 재매도하지 않고 소각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산업 기업들이 처음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하게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단순히 말로만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문서에 주주환원을 적시하거나 배당을 시행하는 등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효과를 신뢰하지 않는 기업도 있겠지만, 주주환원을 제대로 하는 몇몇 기업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런 양상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결국 세제 혜택과 규제, 공시 제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변화가 일어나야 하기에 투자자, 금융당국, 증권거래소, 시장이 다같이 공조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1929년 설립된 로베코자산운용은 네덜란드의 최대 자산운용사로, 전 세계에 16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3월 기준 총 운용자산(AUM)은 21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2060억 달러를 로베코자산운용의 강점으로 평가받는 지속가능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로베코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최초로 2017년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