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지능 1만 배 지적 수준
“ARM이 모든 구상의 중심”
주총서 라인야후 언급 없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이 21일 "인간 지능의 1만 배 지적 수준을 가진 ‘초인공지능(ASI)’을 10년 내 실현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2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날 오전 일본 도쿄 SBG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처럼 밝혔다. 손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그룹 전략을 직접 설명한 것은 2023년 10월 이후 8개월 만이다. 2022년 11월 이후 실적이나 사업 전략의 설명을 고토 요시미츠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일임했다. 당시 실적 부진으로 주주들의 원성이 커진 영향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에 걸쳐 AI에 대한 전략과 미래 비전을 설명했다. 손 회장은 “SBG의 사명은 인류의 진화”라며 “ASI를 10년 이내에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날 라인야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범용인공지능(AGI)에서 진화한 ASI는 전 인류가 가진 지혜의 1만 배에 달하는 지능을 의미한다. 그는 “ASI는 AGI가 뇌의 신경세포처럼 연결된 것”이라며 “나는 ASI를 실현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금부터 10년은 인류 20만 년 역사를 바꿀 것”이라며 “ASI를 가진 스마트로봇이 생산, 청소, 쇼핑 등 모든 물리적인 일을 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여러 유망한 로봇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종종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 창업자가 사망하기 5년 전 거의 매달 만났던 일을 언급하며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잡스와 달리 “2년 전 나이가 들고 남은 인생이 한정돼있는데 아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울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AI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1년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일을 언급하며 ASI가 인류의 숙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아버지를 잃은 뒤 절망에 빠졌다”며 “그 절망감을 1만 배의 지능이 있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더는 암으로 죽지 않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ASI가 재난,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전쟁까지 억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자회사인 ARM 홀딩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손 회장은 2016년 320억 달러에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을 인수한 것이 AI 초석을 다지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ARM 인수 당시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 이례적으로 빨리 (대출을) 승낙해 도움이 됐다”며 “이어 서버, 클라우드, 하이엔드 정보기술(IT) 등이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SBG는 2020년 9월 ARM을 엔비디아에 400억 달러에 매각하고, 엔비디아 주식을 최대 약 8%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 경쟁 당국이 독점을 우려해 합병에 반대한 결과 2022년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만약 신이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대신 ARM과 엔비디아 중 한 곳만 살 수 있다고 한다면, 지금도 나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ARM을 살 것”이라면서 “그 정도로 나는 ARM의 미래를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RM이 모든 구상의 중심에 있다”며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에 생성 AI를 끼워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ARM에 대해 “천재적인 설계자 집단이 있다”면서 “ARM 라이선스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오라클에도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구 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ARM의 기술력을 통해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또 “놓친 물고기가 많다”면서 엔비디아, 오픈AI 등에 대한 인수 또는 투자를 검토했다는 언급했다.
그는 ‘종종 투자자인가 사업가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며 “나는 둘 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업가인지 투자자인지 묻는 말은 어리석다”며 “대기업의 경영자로서 두 가지 관점을 모두 갖지 못하는 사람은 이미 사장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손 회장은 전날 이사 자격으로 참여한 자회사 소프트뱅크 주총에 이어 이날도 라인야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네이버와 함께 50%씩 라인야후 모회사 A홀딩스 지분을 보유한 소프트뱅크는 네이버를 상대로 A홀딩스 지분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