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직무발명보상금 청구권 인정받아
삼성전자에 세탁기 발명특허를 넘기고 퇴직한 연구원에게 직무발명보상금 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해당 연구원이 퇴사한 이후에 만들어진 삼성전자의 직무발명 보상지침은 소급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퇴직 연구원 A 씨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직무발명보상금을 청구한 상고심에서, 보상 지침에 따라 직무발명보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삼성전자 재직 중에 세탁기 관련 직무발명을 한 A 씨는 1997년 8월 삼성전자에 특허권을 승계하고 1998년 퇴사했다. A 씨는 2015년 11월 삼성전자에게 보상금 지급을 신청했고, 삼성전자는 직무발명 보상규정에 따라 보상금을 합계 5800만 원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씨가 신청한 일부 직무발명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2016년 10월 통보했다. 2001년에 새 직무발명 보상지침이 만들어지면서,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2010년 말 보상금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에서다.
A 씨는 자신이 낸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해 12월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직무발명보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이 문제가 됐다. 1심과 2심 판단도 엇갈려 A 씨는 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2심에서는 패소했다. 원심 재판부가 삼성전자 측 주장대로 2001년 보상 지침에 따라 직무발명보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피고(삼성전자)의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이 원고에게 적용됨을 전제로 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A 씨가 재직하던 시기) 1995년 직무발명 보상지침과 달리, 2001년 직무발명 보상지침은 원고에게 적용되지 않으므로 그 보상 지침이 시행된 2001년 1월 1일부터 원고가 이 사건 각 직무발명의 실시에 대한 보상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볼 순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에는 직무발명 보상금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의 핵심은 원고가 2001년 보상지침이 시행되기 전 퇴직했으므로, 2001년 보상지침에 따라 소멸시효 기산점을 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