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만장자들, 바이든 소득세 인상에 긍정적…‘옐런 반대’ 글로벌 부유세도 지지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뉴시스

미국 백만장자의 과반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소득세율 인상안에 찬성한다는 여론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억만장자의 자산에 최소 2%의 세금을 부과하는 글로벌 보유세에도 긍정적인 의견이 우세했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자 증세 카드를 꺼내 든 바이든 대통령이 감세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초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부자 미국인들은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보다 더 긍정적으로 증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여론 조사업체 유고브가 주택을 제외하고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인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최고 37%인 소득세율을 인상하는 데 약 60%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또 이들 백만장자의 62%는 억만장자들이 세금이 높은 국가에서 탈출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지지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59%는 전 세계 억만장자들이 매년 전체 자산의 최소 2%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글로벌 부유세 주장에 찬성했다. 특히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글로벌 부유세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을 고려하면 백만장자들이 정부보다 부자 증세에 더 적극적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세금이 대선 주요 화두인 상황에서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인 가구의 소득이 40만 달러 이상, 부부의 합산 소득이 45만 달러 이상이면 최고 소득세율을 39.6%로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임 중 제정한 감세 혜택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억만장자 사이에서는 부자 증세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자신의 비서가 자신보다 더 높은 세율을 부담했다면서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오랜 기간 주장해 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전 부인이자 자선사업가인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는 지난주 바이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뉴욕시장을 지낸 미디어 재벌 마이클 블룸버그는 바이든 측에 20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미국 사모펀드 대기업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쪽에 줄을 섰다. 헤지펀드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공화당 거액 후원자인 티머시 멜론은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하는 슈퍼팩(정치자금 모금 단체)인 ‘마가(MAGA)’에 5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아울러 FT와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이 함께 최근 실시한 별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고소득층의 45%가 “경제 분야에서 바이든이 더 낫다”고 답해 “트럼프”라고 답한 40%를 앞질렀다.

한편 국제기구 로마클럽이 주도하는 지속가능 성장 프로젝트 ‘어스포올(Earth4All)’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는 주요 20개국(G20) 중 18개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국을 제외한 17개국에서 부유세 찬성 의견이 68%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한국의 부유세 지지율은 17개국 평균보다 3%포인트(p) 높은 71%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