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5개월 연속 증가세
현금서비스 1100억 늘어 6.7조
'대환대출'도 1.9조 올해 최대치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잔액이 이례적으로 동반 증가세를 기록했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만기 도래 시점이 일시에 몰릴 경우 부실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국내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0조5186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전월(39조9644억 원) 대비 5542억 원 늘어났다. 올해 1월(39조2121억 원)부터 연속 증가했다.
문제는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잔액도 증가세라는 점이다. 같은 기간 9개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6753억 원으로 전월(6조5650억 원) 대비 1100억 원가량 늘었다. 지난해 10월(7조896억 원) 고점을 기록한 이후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이용 한도 축소에 나선 뒤 올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잔액이 동반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적으로 현금서비스는 카드론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차주들이 ‘돌려막기’ 용도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금서비스 잔액이 증가하면 카드론 잔액은 감소한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카드론 대환대출’이 지목된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연체한 이들에게 갚아야 할 돈을 다시 빌려주는 상품이다. 서민 경제 어려움이 큰 데다 저축은행 등 타 업권의 대출 축소로 취약 차주가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자 대환대출 잔액도 늘어난 것이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5월 말 기준 1조910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1조3417억원) 대비 6000억 원가량 증가해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잔액이 불어나면서 카드사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말 기준 현금서비스의 평균금리는 18.05%로 카드론 평균금리 14.22%보다 높아 연체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졌다.
실제 올해 1분기 말 기준 7개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81%로 전년 말 대비 0.15%포인트(p) 올랐다. 특히 △하나카드(2.3%) △우리카드(2.28%) △국민카드(2.14%) 3개사의 연체율은 2%를 웃돌았다. 카드론 연체율도 2월 말 기준 3.4%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카드론 대환대출은 단기적으로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높은 금리와 신용등급 하락 등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상환기간이 일시에 몰리면 부실이 한꺼번에 오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카드사들이 카드론을 우량 차주 위주로 늘리고 있어 취약 차주들이 현금서비스로 눈을 돌린 것”이라며 “현금서비스 잔액이 많아지는 건 채무의 질이 떨어졌다는 것으로 현금서비스는 한 달에 한 번씩 상환이 돌아오기 때문에 취약차주들이 이를 못 갚을 가능성이 높아 카드사의 건전성 악화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법정 최고금리 하에서는 취약차주들이 대출 받기가 녹록지 않아 현금서비스에 손을 대는 것으로 조달금리 상승 폭만큼 법정 최고금리를 올리는 ‘시장금리연동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