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별개의 새 공급망 추진
EU는 시장 열어둬…현지 생산 가속화 목적
중국 의존도 큰 유럽 자동차 회사 영향도
미국과 유럽이 중국 전기자동차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 수입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관세 부과는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저가의 중국산 전기차가 밀려 들어오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문을 걸어 잠갔지만 유럽연합(EU)은 문턱을 높여 유입 속도를 조절했을 뿐 시장을 여전히 열어뒀다는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수입량이 지극히 적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최대 102.5%로 끌어올렸다. 또 미국은 높은 관세에도 중국산 전기차 수입을 막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2월 안보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조사에도 착수했는데, 이는 더 강력한 차단 도구가 될 수 있다. 만약 11월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뀔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는 더욱 강경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EU)도 8개월에 걸친 반보조금 조사를 바탕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제안된 관세 수준은 최대 50% 미만으로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시장을 선도하는 비야디(BYD)의 경우 17.4%포인트(p)의 관세가 추가로 부과될 예정이다. 씨티그룹은 “제안된 관세 비용 영향을 소비자와 나눈다고 가정했을 때 경쟁이 치열한 중국보다 유럽에서 여전히 더 높은 마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EU와 중국 당국이 협상을 시작했기 때문에 최종 관세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EU의 관세 조치를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 공장을 유럽으로 옮기도록 암묵적으로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컨설팅회사 앨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이미 유럽에 짓기로 계획된 중국 전기차 공장은 8곳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유럽이 이처럼 다른 대응 방식을 택한 배경에는 유럽 자동차 산업 구조가 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합작투자 형태로 중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제조업체가 유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더 많은 사람이 전기차로 전환하고 충전 인프라 구축 또한 가속화해 유럽 제조업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독일 유명 자동차산업 전문가인 페르디난드 두덴회퍼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위험을 고려해 유럽이 중국에 더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며 “큰 성장 지역은 미국이 아니라 아시아”라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은 중국과 별개로 운영될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 공급망을 추진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