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엔비디아를 키운 비결은 ‘질문’

입력 2024-06-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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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며칠 전, 미국의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대학원생을 지도하는 한국인 교수를 만났다. 그에 의하면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지식(knowledge)도 풍부하고 습득한 내용을 빠짐없이 기억하지만 새로운 생각으로 이를 전환하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한다. 쉽게 말해 지식은 많은데 지혜(wisdom)는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평가였다.

그의 진단은 간단했다. 논문을 써야 할 연구자라면 자신이 아는 지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이론의 한계를 생각하며 학문에 임해야 하는데 국내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며 단 한 번도 그런 경험을 쌓지 못해 침묵에 익숙한 모범생에 그쳤다는 것이다. 질문하는 법에 익숙하지 않으면 ‘묻지 마 원칙’만 늘어난다고 그는 얘기했다.

고정관념 깨는 질문이 창의성 일깨워

최근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원들의 주 6일 근무체제가 늘어나고 있다. 올 초, SK그룹을 시작으로 삼성, 삼양그룹에 이어 NH농협은행까지 임원의 주 6일제 근무 시행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 경쟁, 원자재 가격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 예측할 수 없는 패러다임 변화 등은 사라진 업무강도를 부활시켰다.

문제는 해당 기업에 재직 중인 임원에게 주 6일 업무가 정말 효과가 있냐고 질문하면 그 누구도 여기에 대해 만족스러운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도입했으니 조용히 따를 뿐이다. 업무강도를 높여서라도 위기의식 조성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질문이 사라지면 묻지 마 원칙은 이렇게 늘어난다.

IT업계의 테일러 스위프트, AI 황태자로 평가받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경영자다. 구글, 애플, MS 등 혁신기업들을 누르고 글로벌 시가총액 1위에 오르는 건 탁월한 기술력만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엔비디아를 수식하는 말이다. 비디오 그래픽 칩을 만들기 시작해 31년 만에 세계 최고 기업으로 올라섰다. 젠슨 황은 언론 인터뷰에서 엔비디아가 시총 1위에 오른 비결로 ‘질문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직원들에게 수시로 질문을 던지며 생각을 요구하는 건 유명하다. 경제현황이나 기술개발 등 현안을 점검하는 질문이 아니라 근본원리, 고정관념을 파고드는 그의 질문으로 인해 엔비디아 조직의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까지 확장되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날카로운 질문은 미래를 바꿔놓는다.

미국의 하버드대학교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목적으로 학생들의 독립된 사고력 함양을 강조한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학적 예측은 어려워지고 있으니 사고력을 길러서 적절하게 현안에 대처하고 효과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이를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학생과 직원에게 끊임없이 질문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유튜브의 쇼트폼 콘텐츠가 대세지만 유튜브가 이른바 ‘쇼츠 영상’을 도입한 계기는 중국 기업이 만든 틱톡의 동영상 플랫폼에서 기인한다. 중국의 틱톡은 출시 후 기존의 동영상 콘텐츠 소비 양상을 뒤흔들었는데 이제는 그 누구도 10분 이상 길게는 1시간 이상 문자텍스트는커녕 영상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틱톡의 영향력이다.

유튜브 쇼츠 영상이 성찰 방해해

틱톡이 쇼츠를 시장에 내놓은 계기가 흥미롭다. 짧은 영상은 소비자에게 흥분과 쾌감을 선사하고 성찰이 필요한 인내심을 최소화시킨다. 그 결과, 사람들은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하고 질문은 기피하게 된다. 질문이 최소화되면 패권 유지가 쉬워진다. 중국의 틱톡과 미국의 유튜브가 쇼츠로 젊은이들을 유독 현혹시키는 이유다.

텍스트가 실종되면 콘텍스트(맥락)가 사라지고 그 결과 우리는 질문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AI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조건도 우리가 어떤 질문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검색과 짧은 영상이 익숙한 시대, 긴 시간을 요구하는 사색은 사라지고 있다. 묻고 답하는 게 성가시면 앞으로는 AI도 인간을 성가신 존재로 여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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