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론칭한 스마트홈 주거관리 플랫폼 '홈닉' 확장 가능성↑
신사업 시장 지배력 키워 '래미안' 브랜드 경쟁력 강화 의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스마트홈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건물관리 사업 확대에 나선다. 지난달 초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며 브랜드 선점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신사업인 주거관리 플랫폼 '홈닉'을 론칭하며 관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는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하는 한편, 업계 우위를 확보해 '래미안'의 시장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25일 본지 취재 결과 삼성물산은 특허청에 건물 관리사업과 관련된 상표 두 가지를 출원했다. 현재 인정 요건을 갖춰 수리돼 심사 대기 중이다. 상표 출원은 특허청에 현재 사용 중이거나, 사용할 예정인 상표를 등록 신청하는 것으로, 기업이 사업 진행에 앞서 해당 브랜드를 독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물산이 신청한 지정상품 군에는 △거주용 건물 관련 부동산관리업 △디지털트윈 기반 3차원 제작용 소프트웨어업 △인터넷을 통한 부동산 정보제공업 △인공지능 분야의 향상된 제품연구업 △빌딩 관리를 위한 데이터 분석용 컴퓨터 서비스업 △메타버스용 응용 소프트웨어 설계 및 개발업 △건물 에너지관리용 전자제어시스템 △소매업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정보송신업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건물 관리 사업와 관련된 상표를 특허청에 출원 신청한 게 맞다"고 말했다.
이번 상표 출원은 삼성물산의 공동주택 주거관리 플랫폼 '홈닉'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해석된다.
홈닉은 지난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등 그룹 내 계열사 22곳과 공동으로 개발한 홈 플랫폼으로, 디지털 스마트홈 서비스와 더불어 문화, 생활, 건강 관리, 메타버스 가상 단지 구현 등 주거생활의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제공한다. 지난해 8월 전용앱 출시와 동시에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등 브랜드를 대표하는 '트로피' 단지에 적용된 상태다. 향후 래미안 기축 단지 뿐 아니라 타 브랜드 단지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래미안의 상품성 강화를 통한 주택시장 지배력 확대로 연결된다. 특히 도시정비사업지에서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이 기대된다. 앞서 김명석 삼성물산 부사장(주택본부장)은 지난해 '래미안, 더 넥스트' 발표회에서 홈닉 등 차세대 주거 서비스를 앞세워 도시정비사업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삼성물산은 지난 2020년 도시정비사업에서 5년간 공백기를 끝내고 복귀한 이후, 수주액을 빠른 속도로 불리고 있다. 다만 브랜드 신뢰도와 별개로, 하이엔드 선호도가 높은 정비사업지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했다고 보긴 어렵다. 일례로 삼성물산은 올해 1월 포스코이앤씨와 대결한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에서 패배했다. 별도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없는 삼성물산의 브랜드 경쟁력 재고 필요성이 커진 이유다.
이에 더해 스마트홈 IoT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사업 확대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2023년 1348억 달러(187조 원)에서 2028년 2316억 달러(322조 원)로 71.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은 고객향 건물 에너지 관리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구축 관련 연구, 건물에너지 시뮬레이터 개발 등 스마트홈 관련 기술개발 연구를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우리관리, AJ대원 등 관련 기술 보유 기업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삼성물산의 행보를 두고 새롭게 바뀐 주거 트렌드를 소화하기 위한 영리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 실장은 "최근 젊은층의 주거에 대한 니즈가 복합적으로 변하면서 과거처럼 아파트만 분양해서는 이를 충족하기 어려워졌다"며 "이를 고려할 때 IoT,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의 기술을 주거공간에 적용한 단지가 가진 차별성은 곧 기업 경쟁력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 역시 "주거 관리는 전통적인 시공사의 영역이 아니지만, 최근 소비자의 니즈가 바뀌면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며 "결국 다른 대형사들도 관련 사업 진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홈닉을 위시한 건물 관리 사업 규모를 확대하면서 계열사인 '에스원(s1)'과 사업 부문 중복에 따른 경쟁 구도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에스원은 부동산 종합 안심솔루션 기업으로, 빌딩솔루션, 시스템 경비, 영상보안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앞서 삼성물산은 2014년 1월 10일 건설영업부문의 건물관리사업을 떼어내 에스원으로 매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