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능력 향상과 동기부여 차원이라고 설명
노조 측은 사측 설명회 참석 거부하라고 지침 내려
임금협상 갈등 심화하는 가운데 또 다른 갈등 불씨
현대자동차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일반직 임금체계 개편을 두고 노사 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올해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파업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임금체계 개편이 갈등의 불씨를 더욱 키울 전망이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날 연구·일반직 사원·대리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체계 개편 관련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를 통해 임금체계 개편의 취지와 주요 내용을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연구·일반직 가운데 호봉제를 적용받는 사원·대리급의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기본급에 대해서는 기존 적용하던 호봉 테이블을 없애고, 이와 별도로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퍼포먼스 인센티브(PI)’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현대차는 설명회에서 임금체계 개편은 직무능력 향상과 창의적 연구 성과 창출을 위한 동기 부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일반직군이 취업 시장에서 비교 대상으로 삼는 반도체나 정보기술(IT) 관련 기업 가운데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는 없으며, 시대에 뒤처지는 임금체계가 채용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PI 도입은 과도한 경쟁을 통해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려는 목적이 아니며, 다수의 직원에 혜택을 부여하려는 차원이라고도 부연했다. PI는 인사평가 3등급 이상인 직원들만 받을 수 있는데, 지난해 평가 결과 기준으로 과반수가 PI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4등급 이하를 받더라도 임금 삭감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노조 측은 사측이 임금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일방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단체교섭 결렬 기간을 틈타 조합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실시하는 일방통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임금체계 ‘개악안’을 즉각 철회하고 관련된 모든 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연구·일반직 사원·대리직급을 비롯한 전 조합원들에게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사측의 모든 설명회 참석을 거부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임금체계 개편 관련 대립이 노사 간의 갈등에 불을 지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노사는 지난달 2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한 달여 동안 임금협상을 진행해왔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4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벌였고 89.9%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같은 날 중앙노동위원회도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획득하게 됐다.
노조는 26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내달 6일부터 토요일 특근을 중단하기로 했다. 중단했던 사측과의 교섭은 27일부터 재개한다. 다만 재개된 교섭에서 노사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노조가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