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엔진 개발은 인내심 필요한 사업…
예산 줄이지 않고 프로젝트 밀어붙여야”
미국 코네티컷주는 항공엔진 개발 역량을 보유한 프랫앤휘트니(P&W)와 제너럴 일렉트릭(GE)을 중심으로 약 100년 동안 ‘소재-부품-엔진’의 벨류체인을 구축하며 성장해왔다. 대한민국판 항공 앨리를 조성하기 위해 연구ㆍ개발(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세제 혜택, 금융 지원 등의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코네티컷 주정부는 항공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제조 혁신 기금(Manufacturing Innovation Fund)을 통해 제조업 부문의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고 있으며 인재 양성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코네티컷의 항공엔진 제조업은 2022년 기준 연간 66억 달러(약 9조1000억 원)의 국내총생산(GDP)을 창출하고 1만55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이웃 나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의 지원 아래 독자적인 항공 엔진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국제공동개발(RSP)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영국과 협력해 차세대 전투기 엔진을 개발 중이다. 2022년 12월, 일본과 영국, 이탈리아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한 글로벌 전투기 항공 프로그램(Global Combat Air Program)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2035년까지 초음속 성능과 레이더 탐지 능력을 대폭 강화한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도 항공 앨리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업계 선두주자로서 창원 공장을 중심으로 ‘한국판 항공 앨리’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P&W 엔지니어 출신인 비토 모레노(Vito Moreno) 코네티컷대 교수는 “항공ㆍ우주 엔진 제조는 기술적으로 매우 도전적인 분야로 엔지니어 훈련 과정과 숙련 기술자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 역량이 필요하다”며 “이 두 가지 기본 자원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초”라고 밝혔다.
미국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통해 항공 및 방위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주항공청이 5월 문을 열었지만 아직 연구ㆍ개발(R&D) 지원, 규제 개선 밑그림을 그리는 데 그치고 있다. 항공기 감항 인증 등 시험평가 인프라 구축도 절실하다.
항공 엔진 개발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항공우주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민간기업으로 이직하면서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 연구기관 중 연봉 꼴찌 수준인 항우연 직원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배경이다.
옴 샤르마(Om Sharma)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선임 연구원은 “항공 엔진 개발은 인내심이 필요한 사업이다. 엔진 검증에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며, 개발 과정에서 엔진을 전소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경영진은 수익성을 신경 쓰기 때문에 예산을 줄이려 하지만 이를 줄이지 않고 뚝심 있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항공업계에서는 항공 엔진 산업의 발전을 위해 △장기적 연구개발 투자 △핵심 기술 개발 △인력 확충 및 처우 개선 △시험평가 인프라 구축 등의 다양한 지원과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지원이 이뤄진다면 우리나라도 독자적인 항공 엔진 개발을 통해 항공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전투기에서 민항기와 선박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항공 엔진 분야는 ‘미래 먹거리’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며 “45년간 1만 대 이상의 엔진 생산 역량과 글로벌에서 인정받은 부품 기술력으로 대한민국의 독자 엔진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