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재단에 그간 430억 달러 기부…“사후에는 중단”
새 자선단체, 규모 1300억 달러 전망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93)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자신의 사후 재산 대부분을 자녀들이 이끄는 신규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간 해왔던 빌&멀린다 게이츠재단에 대한 정기적 기부는 중단키로 했다.
이에 따라 버핏이 세상을 떠나고 재단이 출범하면 세계 최대의 자선단체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버핏은 전날 유언장 일부를 변경해 사망 후에 재산 대부분을 하워드ㆍ수지ㆍ피터 세 자녀가 공동 운영할 자선재단에 물려주기로 했다. 8월에 94세가 되는 버핏이 현재 보유한 주식 규모로 감안한 그의 재산은 1300억 달러(약 180조 원)에 이른다.
버핏은 “우리만큼 운이 좋지 못한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해야 한다”면서 “세계에는 80억 명의 사람들이 있고 나와 내 아이들은 1% 중에서도 가장 운이 좋은 100번째에 속해 있다. 사람들을 도울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그간 해왔던 게이츠 재단에 대한 기부는 사후에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버핏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후 2006년부터 빌&멀린다 게이츠재단과 2004년 세상을 떠난 첫 번째 아내 이름을 딴 수전 톰슨 버핏재단 등 가족 이름을 딴 재단에 정기적으로 재산을 기부해 왔다. 2010년에는 억만장자들이 그들의 재산 중 적어도 절반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초대하는 ‘기빙 플레지’에 동참하기도 했다.
버핏은 전날에도 53억 달러 규모의 버크셔 주식을 자선단체 5곳에 추가로 기부한다고 밝혔으며, 이중 약 40억 달러는 게이츠재단으로 들어갔다. 이로써 버핏은 18년간 게이츠재단에 누적으로 약 430억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6년부터 게이츠재단 이사로 재직 중이던 버핏은 게이츠 부부가 이혼을 발표한 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2021년에 사임했다. 멀린다 게이츠는 이달 초 재단을 떠났다.
마크 수즈먼 게이츠재단 최고경영자(CEO)는 “버핏 회장의 그간 기부와 공헌에 감사드린다”면서 “그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재단 활동을 옹호하고 실현하는 데 귀중한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FT는 버핏의 자녀들이 운영하게 될 미래 자선재단은 출범과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 재단이 돼 연간 수십억 달러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새 재단 규모는 비만약 ‘위고비’로 유명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최대주주인 노보노디스크재단의 2022년 기준 자산 1080억 달러에 필적할 것으로 보인다. 750억 달러 규모의 게이츠재단과 160억 달러 규모의 포드재단은 크게 능가한다.
버핏은 자녀들에게 어떤 자선사업을 하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 설립될 공익 신탁재단은 신규로 설립되며, 버핏의 세 자녀는 유산을 어떻게 쓸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부친의 뜻에 따라 그의 맏딸과 두 아들은 어떤 자선 목적으로 돈을 쓸지 만장일치로 결정해야 한다.
딸 수지 버핏(71)은 현재 유아 교육·사회 정의를 장려하는 셔우드재단의 이사장이다. 대학 장학금 등을 지원하는 수전 톰슨 버핏 재단의 의장이기도 하다. 아들 하워드 버핏(69)은 농장을 운영하며 식량 안보, 분쟁 완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활동을 하는 하워드 G. 버핏 재단을 이끌고 있다. 막내 피터 버핏(66)은 작곡가이며 원주민 공동체와 협력하는 노보 재단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