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술특례상장의 밝은 면은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기업들이 기술을 믿어달라며 목표 매출을 부풀리는 이른바 ‘뻥튀기 상장’은 이제 놀랍지도 않은 지경이다.
지난해 기술특례상장의 근간을 의심하게 만든 ‘파두 사태’에다 올해는 코스닥에 신규상장 한지 반년이 갓 넘은 시큐레터가 회계부정 의심으로 거래정지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기는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 32개 종목 중 매출 추정치를 달성한 기업은 딱 1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중 80% 넘는 회사들은 상장 당시 내놓은 목표 매출에 절반도 채 달성하지 못했다. 그간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매출 전망을 부풀리는 사례는 많은 것으로 알았지만 실제로 조사해보니 사실상 ‘좀비기업’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다.
지난해 시장에 충격을 안기고 현재도 조사가 진행 중인 ‘파두 사태’는 기술특례상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트렸다.
1조 원이 넘는 몸값을 자랑했던 파두는 지난해 10월 상장하면서 2023년 연간 매출 추정액을 1202억 원으로 제시했으나, 상장이 끝나고 난 후 공개된 지난해 2분기 매출은 5900만 원, 3분기도 3억2000만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적자는 각각 43억 원, 152억 원에 달했다. 이후 주가는 공모가 아래로 크게 떨어졌고, 결국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아예 거래가 정지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8월 기술특례로 상장한 시큐레터는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지난 4월 5일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시큐레터는 2023사업연도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감사의견이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의견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한 바 있다. 감사인 의견거절은 상장폐지사유에 해당한다.
시큐레터도 지난해 공모과정에서 연간 매출 목표치를 57억 원으로 제시했지만, 실제 매출은 25억 원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실제 영업손실도 예상보다 1.5배 이상인 56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오히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처럼 상장기업이 8개월 만에 회계부실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자 투자자들은 상장 주관사와 상장 예비 심사를 진행한 거래소에 부실기업을 상장시킨 것이 아니냐는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에 이노그리드가 공모주 청약을 5일 앞두고 상장이 불발된 바 있는데 공교롭게 기술특례를 이용한 상장이었다. 이노그리드는 올해 1분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5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물론 기술특례로 상장을 준비하던 이노그리드는 자본잠식이 있더라도 상장은 가능했다. 회사는 이번 상장을 통해 들어오는 공모자금으로 자본잠식에서 탈출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번 상장예비심사 승인 취소로 최소 1년간 상장 추진이 어렵게 되면서 이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회사는 2021년을 제외하고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연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지만, 앞서 파두, 시큐레터 등의 사례를 겪은 투자자들은 불신의 눈초리를 보낼 수 밖에 없다. 더 나아가 기술특례상장 준비 기업에도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파두 사태 이후로) IPO시장에서 ‘기술특례상장’ 딱지가 붙은 기업은 절대 투자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면서 “합법적 눈속임의 느낌이 들어 큰 쇄신이 없으면 다른 투자자들도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