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대 예금 실종에도 막차 수요 몰려
요구불예금도 증가 전환…파킹통장 ‘매력’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총수신 잔액은 2003조7392억 원으로 전월(1987조5056억 원)보다 16조2336억 원 증가했다.
총수신 잔액이 2000조 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6월(1913조3578억 원)에 1900조 원대를 넘어서는 등 증가세를 이어가다 올해 4월 감소 전환했던 총수신 잔액은 5월부터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총수신이 급증한 것은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이 모두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891조1524억 원으로 전월보다 1조4462억 원 증가했다. 정기적금 잔액은 34조6084억 원으로 1조1252억 원 늘었다. 3월(31조3727억 원) 감소 전환했던 적금은 석 달 연속 증가 추세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연 3~4%대 상품마저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전망에 ‘막차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르면 9월 통화정책을 완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9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서 하반기 최대 두 차례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는 연 3%대에 머물고 있다. 이날 기준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단리·만기 1년) 금리는 최고 연 3.45~3.55%로 기준금리(3.5%)와 비슷한 수준이다.
연 4%대 가입할 수 있는 3년 만기 장기적금도 있다. 우리은행 ‘우리 슈퍼(SUPER) 주거래 정기적금’은 최고 연 4.75% 금리가 적용된다. 국민은행의 ‘KB 맑은 하늘 적금’은 최대 연 4.05%, 신한은행의 ‘알쏠 적금’은 금리가 최고 연 4.50%다.
감소세였던 저원가성 예금도 급증했다. 지난달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638조8317억 원으로 전월 말(614조1055억 원)대비 24조7262억 원 폭증했다.
지난 4월 대형 기업공개(IPO)로 25조 원가량의 청약 증거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요구불예금은 4~5월 연속 감소했다. 증시 대기성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전날 기준 58조3105억 원으로 4월 초(59조6299억 원) 대비 1조3194억 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나 입·출금이 가능한 자금을 말한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만큼 시중은행의 금리가 오르면 정기예금으로, 내리면 증권·부동산 등 투자자산 시장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은행권은 잠깐 자금을 맡길 곳을 찾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 ‘파킹통장’(수시입출금식 통장)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말 출시된 하나은행의 ‘달달 하나통장’은 급여 이체를 하면 200만 원 한도로 최대 연 3.0%의 금리와 각종 수수료 면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 슈퍼쏠 통장’은 최대 300만 원에 최고 연 3% 금리를 적용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반기에 기준금리가 내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예·적금 금리가 고점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면서 “다만, 밸류업과 하반기 IPO 등으로 증시가 급등할 경우 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확률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