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선별 종목 구성 ‘랩어카운트’ 증권사 판매 추진”
“매매 프로그램 시범운용 …투자자문업 인가 신청”
리서치알음이 2016년 국내 최초로 여의도에 진출한 독립리서치로 기록된 데 이어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선보인 투자 플랫폼 ‘STOCK9330’은 그 첫발을 뗀 행보다.
현재 STOCK9330은 증권가에 유통되는 양질의 정보를 한데 모아 앱에서 ‘추천’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까지 상용화됐다. 리서치알음의 더 큰 목표는 따로 있다. 사내에서 시범 운영 중인 AI 매매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투자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리서치알음은 업계에서 독립리서치를 뛰어넘는 위치를 갖게 된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는 최근 서울 여의도 리서치알음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에 리서치알음은 연차가 있지만, 독립리서치와 함께 AI 사업자라는 새로운 역할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 대표와 AI의 만남은 미국 유학 시절에 이뤄졌다. 최 대표는 2007년 유화증권 애널리스트로 증권가에 처음 발 디뎠을 때부터 좋은 수익률을 낼 만한 선진 금융 상품 도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런 포부를 펼치기에 자신이 가진 정보도, 인적 자원도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그가 세계 금융중심지 미국 뉴욕으로 떠난 배경이다.
최 대표는 2021년부터 뉴욕대(NYU)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며 컬럼비아대에서 머신러닝 박사 학위를 받은 김성욱 박사와 인연이 닿았다. 최 대표는 김 박사에 대해 “골드만삭스에서 AI 프로그램을 개발하다 영국 BBC 등을 소유한 미디어그룹 컴캐스트에서 광고 비딩(bidding) 시스템 업무를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대표는 유학 당시 미국에서 가장 흥행하던 금융 기술이 AI라고 봤다. 최근 국내에도 AI를 활용한 각종 금융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기술 개발 작업은 금융인 혼자 감당하기 역부족”이라며 “AI 전문가인 김 박사와 함께 투자에 적합한 AI 알고리즘 개발 작업에 착수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STOCK9330은 이런 노력의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 중 하나다. 출시 갓 한 달을 넘긴 해당 앱은 ‘적중률 좋은 리포트’를 쓴 애널리스트들을 선별해 순위별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최 대표는 “2020년부터 취합한 각종 증권사 애널리스트 데이터를 AI에 넣고 학습하도록 한 머신러닝 기술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의 계획은 투자 플랫폼에서 그치지 않는다. AI 자동 매매 프로그램도 이미 만들어 회삿돈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최 대표는 “연초부터 자체 프로그램으로 국내 증시를 투자해 매달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느냐가 AI 투자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리서치알음은 회사 자본으로 AI 매매 프로그램 안정성과 정확성을 충분히 실험한 뒤 이를 기반으로 한 금융 상품을 만들 방침이다. 가장 빨리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상품은 랩어카운트다. AI 매매 프로그램으로 종목을 선별한 분산투자 상품을 만들어 증권사에 판매하는 전략이다. AI를 활용한 투자에 관심 있는 투자자 수요가 있다고 보고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최 대표는 상반기 금융당국에 투자자문업 인가 신청을 마쳤다. 통상 리서치알음을 포함한 독립리서치는 유사투자자문업으로 사업 등록이 돼 있다.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랩어카운트 상품 등 판매는 유사투자자문업자는 할 수 없다. 투자자문업자는 가능하다. 투자자문업 인가 심사에 약 20주가 소요되는 만큼, 인가 결과는 올해 안에 나올 전망이다.
최 대표는 그간 그려온 AI 투자 사업 청사진에 자신감을 비쳤다. 최 대표는 “독립리서치계는 물론 여의도에서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일에 도전하고 있다”며 “엄선한 ‘데이터 풀’을 학습한 AI가 자동 매매에서 뛰어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향후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