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민주주의‧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권력 남용”
검찰 내부망서 탄핵 반발 및 총장 응원‧지지 글 쇄도
“재판 지연‧수사 압박용으로 탄핵소추권 사용하는 듯”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 수사 등에 관여한 ‘검사 4인 탄핵’을 추진한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 연일 반발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은 기소권 남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법조계에서도 무리한 탄핵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4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7월 월례회의에서 “상대가 저급하고 비열하게 나오더라도 우리 검찰 구성원들은 위법하고 부당한 외압에 절대 굴복하지 말라”며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당당하고 품위 있게 국민이 부여한 우리의 책무를 다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제도를 설계하는 단 하나의 관점은 ‘범죄로부터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공동체의 안전과 질서를 확보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부패한 권력자가 범죄로부터 도피하거나 사적 감정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되고 잘못된 제도로 진실이 은폐되고 범죄자가 활개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헌법이나 법률에서 정한 중대한 위반이 없음에도 검사 개인에 대해 탄핵을 진행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권력 남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의 신분보장에 맞지도 않고, 형사사법체계의 근간 흔드는 못된 선례가 될 것”이라며 “(다른) 검사님들의 생각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검찰청이 2일 오후 이 총장의 기자회견 요지를 정리해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올린 게시글에는 200여 명이 넘는 검사들이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취지의 실명 댓글을 달았다.
특히 이 전 대표 사건을 지휘했던 검사장들은 직접 글을 올리며 비판에 나섰다. 송경호 부산고검장은 3일 “실무 담당 검사에 대한 탄핵으로 수사와 재판을 지연시키지 말고 2년간 중앙지검장이었던 나를 먼저 탄핵하라”고 했다. 해당 글에도 이날 기준 100여 개에 가까운 공감 댓글이 달렸다.
고형곤 수원고검 차장검사는 이날 오전 송 고검장에 대한 답글을 통해 “특정 사건을 담당했다는 이유로 검사 탄핵안이 발의된다는 현실이 너무 충격적이고 참담하다”며 “수사를 못 하도록 사실상 겁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실무적으로 총괄 지휘한 제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했다. 고 차장검사는 2022년 5월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로 임명돼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등 수사를 담당한 바 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우리나라의 법치가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줄은 몰랐다”며 “삼권분립이 명확히 규정된 대한민국 헌법하에서 입법부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반드시 바로잡혀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적었다.
또 ‘이 야만적 사태의 본질을 기억하자’ ‘탄핵 절차 자체가 대한민국 역사의 치명적 오류로 남을 것이다’라는 등 내용과 함께 탄핵소추의 위법성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글에 검사들이 크게 호응하기도 했다.
앞서 민주당은 2일 강백신·엄희준·김영철·박상용 검사 등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이들의 탄핵 사유는 다르지만, 그간 이 전 대표나 민주당 관련 의혹을 수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안동완·손준성·이정섭 검사 3명을 잇달아 탄핵소추했다. 이중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서 ‘보복기소’한 혐의를 받던 안 검사의 탄핵안은 5월 기각됐다. 나머지 두 검사의 탄핵안은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이다.
이들 3명의 경우 탄핵소추 당시 보복기소, 고발사주 의혹, 공무상 기밀누설 등으로 법원 판결이나 수사기관의 수사 절차 개시 등이 진행됐다. 다만 이번 검사 4인 탄핵은 위법 사유가 비교적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민주당 주장대로 기소권 남용이라면 이미 법원에서 공소 기각 판결이 났어야 한다”이라며 “대장동 사건은 몇 년째 심리 중이고, 이화영 대북송금 사건은 유죄가 나왔다. 재판 지연이나 수사 압박용으로 탄핵소추권을 사용하는 듯한데,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야당 수사에 대한 검사들의 공소권 남용은 충분히 지적할 만하고, 그 연장선에서 국회의 권한을 사용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의혹이나 정황만 가지고 헌재가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비위라고 결정하진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