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을 좌파서 중도좌파로 이끌어
에너지 국유화 반대, 최저임금은 강화
노동당 색깔 희석, 충성파 상실 지적도
영국 총선 출구조사에서 제1야당 노동당이 압승한 것으로 나오면서 차기 총리에도 관심이 쏠린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영국 총선이 출구조사 발표대로 끝난다면 차기 총리는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의 몫이 된다.
스타머 대표는 인권 변호사, 왕립검찰청장 등을 지낸 법조인 출신으로, 2015년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20년 노동당 대표에 오른 그는 정치 경력이 10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차기 총리직을 얻게 됐다.
스타머 대표는 평범한 노동자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그의 어머니는 간호사였고 아버지는 공장 노동자였다. 그의 전기를 집필한 작가는 “그의 집에서 파스타는 외국 음식이었고, 이들 가족은 해외여행을 해본 적 없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뛰어난 학업 성적 덕분에 리즈대학교를 나왔고 이후 옥스퍼드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의 가문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 변호사로 활동했던 그는 열정적인 최종 변론을 하는 ‘배심원의 변호사’보다는 법과 선례, 사실로 다투는 ‘판사의 변호사’로 불렸다. 누군가는 ‘법의학적’이라고 묘사할 만큼 화려함보다 실용주의를 중시 여겨 전통적인 정치인과는 거리가 다소 멀다는 평도 받았다.
그가 노동계층 집안에서 자라 인권 변호사를 맡았다고 해서 지극히 좌파 인물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오히려 과거 노동당이 좌파 성향이 강했다면 스타머 대표가 취임하면서는 중도좌파 성향으로 옮겨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당이 주도하던 에너지 산업 국유화 정책을 철회하면서도 최저임금은 인상하기로 하는 등 좌우를 오가는 행보를 펼쳤다. 올해 들어선 노동당 강령 핵심에 ‘부의 창출’을 명기해 중산층과 부유층으로부터 호응을 끌어냈다. 그는 강령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부의 창출이 우리의 최우선 순위이고, 성장이 우리의 핵심 사업”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임자들이 ‘노동자(the workers)’라고 언급했던 것과 달리 그는 ‘일하는 사람들(working people)’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면서 지지층 확대에 공을 들였다. 당시 현장에선 “노동당 대표가 보수당 정책과 똑같은 것을 내세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스타머 대표는 “시위 정당이 되는 건 포기했다. 권력 정당이 되고 싶다”고 맞받았다.
그 결과 경제 회복이 무엇보다 관건이었던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이 아닌 노동당이 승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만 중도로 움직이는 그의 행보는 기존 지지층을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점으로 지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그와 함께 여우굴에서 싸우려는 충성 주의자는 비교적 적다”며 “그건 많은 유권자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