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란’ 재현되나…카드사 연체액 2조3000억 육박

입력 2024-07-0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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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말 카드사 연체액 2.3조
2004년 카드대란 이후 두 번째
신용점수 700점 이하 카드론 평균금리 17.04%…전월 대비 상승

(게티이미지뱅크)

신용카드 이용자들이 1개월 이상 갚지 못한 연체액이 2조 원을 넘어섰다. 2002년부터 2006년 사이 수백만 명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던 ‘카드 대란’ 사태 당시와 맞먹는 규모다.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카드값을 갚지 못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신용카드 연체 총액(1개월 이상)은 야 2조313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9605억 원) 대비 18.0%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카드 연체액은 금감원이 통계를 추산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1분기 기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카드 대란 사태가 한창이던 2004년 1분기(3조9134억 원)와 비슷한 규모의 연체가 경기 불황과 고금리 충격파 속에 발생한 것이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가 6254억 원으로 최대를 기록했고 △롯데카드 3719억 원 △국민카드 3428억 원 △삼성카드 2740억 원 △하나카드 2388억 원 △우리카드 2290억 원 △현대카드 1523억 원 △BC카드 789억 원가 뒤를 이었다.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도 2021년 이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카드사의 1개월 이상 평균 연체율은 1.85%로 △2021년 1.1% △2022년 1.2% △2023년 1.64%로 상승세다.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도 늘어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의 5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0조5185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권이 리스크 관리를 목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자 취약차주들이 카드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올해 초 정부의 대규모 ‘신용사면’으로 15만 명가량의 저신용자들이 신용카드를 추가로 발급받게 되면서 카드사의 연체액이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카드사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도 신용사면의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확대된 리스크비용이 반영되며 대출 금리 역시 이전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5월 말 기준 7개 카드사의 카드론 금리는 평균 14.33%로 전월(14.26%) 대비 0.07%p 상승했다. 특히 신용점수 700점 이하 중·저신용자의 평균 금리는 17.04%로 전월(16.88%)보다 0.16%p 올랐다.

카드사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에서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한 취약 차주가 증가하고 있어 카드사의 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당분간 보수적 영업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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