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중순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거란 관측이 나오면서 여야 간 수 싸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5일) 오전 국회로부터 채상병 특검법을 접수했다.
앞서 채상병 특검법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190명 중 찬성 189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지난 5월 21대 국회에서 재표결 끝에 최종 폐기된 지 37일 만이다
대통령실은 특검법이 처리된 직후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의도된 탄핵 승수 쌓기”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원 사건 조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의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앞서 특검법은 지난 5월 2일 21대 국회에서도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왔고, 본회의 재표결에서도 통과 요건을 넘기지 못해 폐기됐다.
기존 특검법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특검 후보 4인 중 민주당이 2인을 추천하게 했지만,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된 특검법은 변협 추천을 삭제하고 민주당이 1인, 비교섭단체가 합의해 1인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윤 대통령은 이달 20일 전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후 15번째가 된다.
만약 거부권이 행사되면 여당은 보다 불리해진 상황에서 재표결을 진행해야 한다. 21대 당시 113석이던 국민의힘은 22대 들어 의석 수가 108석으로 줄었다. 의원 300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할 경우 여당에서 8명의 이탈표가 나오면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된다.
다만 여당에서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면 아직 대규모 이탈 조짐이 보이지 않는 만큼 처리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채상병 특검법 본회의 표결에 여당 측에선 안철수·김재섭 두 의원만 참석했다. 안 의원은 찬성했지만 김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주장한 ‘제3자 추천 특검법’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새 특검법을 발의할 것으로 보여, 협상의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여당이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만큼 민주당이 시간을 가지고 여론전을 통해 여당을 압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병대원 특검 도입 필요성에 대해선 응답자의 63%가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고, 26%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반대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회의를 주재하고 “이제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 대답을 내놓을 차례”라며 “국민의 뜻에 따를 것인지 또 거부권을 남발하며 국민과 맞설지는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