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경찰관이었던 그는 어쩌다 탈옥범이 됐을까.
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지난 5월 발생한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 5월 2일 필리핀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 돼 있던 한국인 박 씨가 탈옥했다. 박씨는 전직 경찰이었지만 퇴직 후 필리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인터폴에 적색수배 상태였다.
그는 13년간 경찰로서 직접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하는 등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했으나, 수사 당시 축적한 노하우로 1세대 보이스피팅 총책이 됐다. 그 이름도 유명한 ‘김미영 팀장’이다.
‘김미영 팀장’을 내세운 이 조직은 콜센타 직원에게만 4조의 이익을 주었다. 그렇다고 볼 때 주당 40억의 수익을 얻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2만 명을 속인 뒤 얻은 수익은 400억으로 추정되지만, 이보다 더 큰 범죄 수익을 얻었을 것이라고 추측 중이다.
그러나 지난 2013년 해당 조직의 조직원들이 대거 검거됐다. 명절을 보내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모두 검거된 것. 하지만 박씨는 필리핀으로 도주해 그 행적이 묘연했다. 그러던 중 2021년, 도주 10년 만에 박씨가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검거 당시 박씨는 자신의 범죄를 순순히 시인했다. 그곳에서 마트를 운영하며 살던 박시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듯 수갑을 차 안에서 수갑을 채워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렇게 1세대 보이스피팅 총책은 죄값을 치르는 듯했다.
하지만 2024년 5월 2일, 박씨가 탈옥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탈옥 당시 박씨는 또 다른 한국인과 함께였다. 바로 거대 마약 밀수범 송씨였다.
당시 박씨는 비쿠탄 수용소에서 매점을 운영하며 밥 아저씨로 불렸다. 그리고 송씨는 박씨에게 자신의 끼니를 챙겨 달라며 접근했다. 송씨는 국내에 처음으로 마약을 유통한 마약왕으로 마약을 수사하는 경찰들은 그를 모르는 이들이 없었다. 한달에 5킬로의 마약을 유통하며 월 6억의 수익을 챙기는 거물이었다.
송시는 2017년 필리핀으로 도주 당시 그저 투약자에 불과했지만, 비쿠탄에서 온갖 범죄자들과 소통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수용자들에 따르면 송씨는 돈은 많았지만, 머리는 좋지 않았다. 그러므로 경찰 출신의 박씨와 함께 탈옥을 시도한 것이다.
이후 박씨는 자신의 과거 조직원에게 결제 대행사를 알아봐달라고 연락했다. 그러면서 클럽에 마약을 유통할만한 사장을 알려달라 부탁했다. 조직원은 “이전에는 마약을 전혀 유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놀랄 일”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러한 가운데 박시와 송씨는 또 다른 범죄에 연루되어 있었다. 바로 인신매매였는데, 2018년 회사를 차려 필리핀 여성을 고용해 성매매했다는 것.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난 것은 그보다 늦은 2021년이었다. 어떻게 그 이전의 범죄가 가능한 일일까.
바로 국내로 송환되지 않기 위해 자잘한 범죄로 필리핀에 머물기 위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인신매매 사건이 무죄 선고를 받을 수도 있다고 알려지자 마지막 선고 한 달 전 탈옥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박씨의 아내인 제이의 친척으로부터 박씨의 소재를 알고 있다는 연락이 닿았다. 바로 제이의 엄마가 일주일 전 마닐라 호텔에서 제이를 만나고 왔다는 것. 하지만 4000개 이상의 객실을 보유한 호텔에서 이들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제작진은 제이의 모친을 만났다. 모친은 “아들 일로 갔다. 아들이 그 호텔에 있다”라며 “박씨는 착했다. 둘이 같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연락한 건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입을 닫았다.
박씨가 투숙한 것으로 추측되는 호텔 객실의 주인은 그들이 이미 떠났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이전에 검거됐건 경험 때문이다. 나가시티에서 정착형 생활하다가 검거됐다. 이제는 정착하지 않을 거다. 이동형 도피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가운데 인신매매 사건으로 재판을 위해 다른 교도소로 이감될 당시 박씨가 교도관들과 VIP룸에서 식사를 했다는 제보가 전해졌다. 필리핀에서는 5000만원이면 탈옥이 가능하고, 교도관들의 도움이 있을 거라는 것.
전문가는 “박씨와 송씨가 또 다른 범죄를 저질러 송환을 미룰 수 없도록 바로 검거해 송환해야 한다. 이것은 필리핀을 설득해야 한다. 외교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