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투표 1위 RN, 3위로 밀려나
범여권 2위…의석수는 종전 250석서 크게 줄어
과반 확보 정당 없어 국정 운영 차질 우려
7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거 결선 투표에서 대반전이 연출됐다. 1차 투표에서 약진했던 극우 국민연합(RN)이 3위로 밀려나고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이 1당에 오르게 된 것이다.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극우 돌풍을 저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조기 레임덕을 우려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이번 총선 결과 NFP는 전체 하원 의석 577석 중 182석을 차지해 1당에 올랐다. 1차 투표에서 참패했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을 포함한 범여권 ‘앙상블’은 168석을 얻어 2위를 기록했고, 1차 투표에서 선두였던 RN과 그 연대 세력은 14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3위로 밀려났다.
프랑스 대표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RN은 지난달 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31.5% 득표율로 압승을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치솟는 물가와 난민 문제가 장기화하자 정권 심판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였다. 유럽의회 선거 직후 마크롱 대통령은 극우 돌풍을 막겠다며 의회를 전격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RN의 약진은 지난달 30일 치러진 1차 투표까지 이어졌다. 당시 RN은 33.2% 득표율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안팎에서는 RN이 창당 52년 만에 처음으로 의회 1당이 되는 것은 물론 의회 과반인 289석까지 확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극우 돌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극우 세력의 의회 장악을 저지해야 한다는 민심이 결집하면서 2차 투표의 대이변으로 이어졌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 주장 킬리안 음바페, 유명 팝가수 아야 나카무라, 배우 마리옹 코티야르를 비롯해 프랑스 역사학자 1000명은 언론 호소문을 올리며 RN 반대투표를 촉구했다.
여기에 2차 투표를 앞두고 NFP와 앙상블이 RN을 저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후보 단일화를 이룬 것도 2차 투표 반전으로 이어졌다. 르펜도 이번 결선 투표의 패배 원인으로 범여권과 좌파연합의 후보 단일화를 지목했다. 그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 이후 TF1 방송에 “마크롱 대통령과 극좌의 부자연스러운 동맹이 아니었다면 RN이 절대 과반이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극우의) 파도는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입장에서는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가 결국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다. 이번 총선 이후 중도 여당 연합 의석은 의회 해산 전 250석에서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극우와 좌파 모두 의석을 늘렸다.
이번 선거에서 과반을 확보한 정당이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아 의회 역시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이 좌우 정당에 끼게 되면서 조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NFP의 주축인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NFP는 통치할 준비가 됐다”면서 “대통령은 NFP에 국가 운영을 요청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마크롱의 각종 경제 개혁 정책도 위기에 놓이게 됐다. NFP는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을 개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단적인 예가 연금개혁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재정적자 등을 개선하기 위해 정년(연금 개시 나이)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NFP는 오히려 60세로 단축하겠다고 공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