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신외감법 개정 4년이 지난 현재, 법의 감시망을 피한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 유한회사에 속하던 외국계 기업들이 외부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 ‘유한책임회사’로 옮겨가며 재무 공개를 회피해서다.
물론 상법상으로는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바로 전환하는 것은 금지돼있다. 다만 꼼수를 통해 빠져나간다. 기존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한 뒤 유한책임회사로 다시 전환하는 식이다. 애초 외국계 기업이 국내 법인을 세울 때 유한책임회사로 들어오는 관행도 굳어졌다.
실제 유한회사던 구찌코리아는 신외감법이 시행된 11월 주식회사를 거쳐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해 감사보고서 제출 대상에서 벗어났다. 이 과정까지 단 두달 밖에 걸리지 않았다. 같은 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현 위대한상상)도 단 며칠 만에 ‘유한회사→주식회사→유한책임회사’ 과정을 거쳐 빈축을 샀다.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한 기업도 많다. 이베이코리아와 아디다스코리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에는 중국계 이커머스 테무가 유한책임회사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는 소식이 논란이 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테무는 3월 국내에 ‘웨일코코리아 유한책임회사(Whaleco Korea LLC)’를 설립했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테무가 정작 실적은 공개하지 않으려고 유한책임회사를 세웠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2월 기준 테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581만 명으로, 국내 4위 수준이다.
정·재계에서는 신외감법이 외국계 유한회사의 경영 투명성을 높였지만, 허점도 많다고 지적한다.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는 외국계 유한회사조차 여전히 ‘고배당·로열티·무(無)기부’로 자금 유출을 일삼고 있는데, 신외감법 이후로 늘어난 외국계 유한책임회사는 실적조차 파악이 안 된다”며 “신외감법의 실효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했다.
유한책임회사도 감사보고서 공시 의무 대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애초 유한책임회사는 정부가 자유로운 청년 벤처기업 설립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해 소규모 기업을 위한 제도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한회사, 유한책임회사와 관계없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모두 외부 감사 대상에 포함하는 식의 개선책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