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즐겨들었던 상큼한 아이돌그룹의 노래 가사다. 좋아하는 아이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의도대로, 연습한 대로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원래 그렇다. 사랑도 일도 마음처럼 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목표를 설정하면 치밀한 사전조사를 통해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행동을 하기 앞서 나의 상황은 어떤지 파악하는 자기객관화는 물론,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의 주변 환경은 어떤지 등 분석하는 세심함이 필요한 이유다.
수천 개가 넘는 기업을 다룰 때는 더더욱 그렇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 3일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세제지원책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잘하는 기업과 그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경영 부담을 높이는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제도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만큼 세제 인센티브가 정책 성공의 가늠자로 여겨졌다.
정작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업 가치 제고를 하겠다고 공시한 기업은 10곳뿐이다. 5월 27일 공시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2000개가 넘는 상장회사 중 1%도 채 반응하지 않은 것이다. 이마저도 ‘앞으로 밸류업 계획을 내놓겠다’는 수준의 예고 공시가 6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정부의 세제지원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밸류업을 하겠다”고 공시한 기업은 단 한 곳이다.
정부가 내놓은 밸류업 정책이 기업들의 마음에 가닿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베일은 벗은 인센티브가 나쁘진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지만, 다수 기업을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획기적이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1월 밸류업 정책 발표 이후 코스닥 지수는 지지부진한 데다 거래대금도 줄고 있다. 국내 기업은 코스닥을 떠나 나스닥으로 향하고 있다. 기업도 투자자도 한국 증시 밸류업에 대한 큰 기대가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기업이 원하는 확실한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다가가야 한다. 한국 증시 상황의 자기객관화는 물론, 기업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들어줄 필요가 있다. 소극적 주주환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한 만큼 숙원 사업인 높은 상속세율 개선 등을 전면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밸류업은 어렵기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