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숨겼다가 일어나 주먹 불끈
루스벨트, 레이건 등 숱한 피격 역사
레이건은 피격 후 지지율 급등하기도
“트럼프 뒤 성조기 사진, 지지자 결집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유세 도중 총에 맞았다. 총알이 귀를 향하면서 큰 부상은 피했지만, 대선이 3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이번 일이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된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연설하던 도중 총격을 받았다. 당시 그는 국경문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었고, 총성이 들리자 귀를 만지며 몸을 숨겼다. 이후에도 몇 발의 총성이 더 들렸고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그를 보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귀에 피를 흘리며 다시 모습을 보였다. 총격 직후 당황한 표정이었던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며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였고, 지지자들은 현장을 떠나는 그를 보며 ‘USA’를 외쳤다. 이후 그는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괜찮다고 알렸다.
CNBC방송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을 인용해 총격범이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20세 백인 남성인 ‘토머스 매슈 크룩스’라고 전했다. 그는 연단에서 200m가량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저격했고 현장에서 사살됐다. 앤서니 굴리엘미 미국 비밀경호국(SS) 대변인은 “총격범과 더불어 유세 참가자 한 명이 죽었고 두 명이 크게 다쳤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일제히 정치 폭력을 규탄했다. 민주당 소속인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어느 정당이나 지도자든 그들을 표적으로 삼는 폭력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펜실베이니아나 미국에 있어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미치 매코널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열한 공격 후에도 무사한 것에 대해 오늘 밤 모든 미국인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에는 이런 종류의 폭력이 있을 곳이 없다”며 “이것이 우리가 이 나라를 통합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는 이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등 세계 각국 지도자들도 정치적 폭력을 규탄하고 트럼프의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미국에선 역사적으로 대통령이나 후보를 겨냥한 암살 시도가 여럿 있었다. 191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선거 유세 중 가슴에 총을 맞았다. 당시 그가 품고 있던 두꺼운 연설문과 안경집 덕분에 부상이 심하지 않았고, 그는 84분간 연설을 이어갔다. 그러나 당시 루스벨트는 3선에 실패했다.
로널드 레이건의 경우 총격 사건 후 지지율이 급등한 대표 사례다. 대선 당시 50.7%의 득표율로 지미 카터를 겨우 이긴데다 당시 양당이 당파에 따라 극심한 분열을 보였지만, 총격 사건 후 상황은 달라졌다.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 유권자 지지율은 총격 전 38%에서 취임 100일째 51%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공화당 지지율은 74%에서 92%로, 무소속 지지율은 53%에서 70%로 각각 치솟았다. 다만 레이건은 대통령이 된 후 피격됐다는 점에서 이번 건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번 사건을 자신의 지지율 상승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검찰에 기소돼 촬영했던 머그샷마저 지지자 결집에 이용했던 그는 이날 총알에 스치고도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선 트럼프 지지자들이 해당 사진을 공유하는 등 결집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스위크는 “트럼프가 들어 올린 주먹은 억압이나 권력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자 승리의 표시가 됐다”며 “한 사진 기자가 배경에 성조기가 걸린 순간을 포착했고 사진은 소셜미디어로 번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격 사건에 대한 그의 도전적인 반응은 창백하고 흔들리는 바이든의 사진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