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졸중학회,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전 환자분류체계 개선 요청
대한뇌졸중학회가 뇌졸중의 환자분류체계(KDRG)를 현행 일반진료질병군에서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15일 밝혔다. 현행 체계를 유지하면 앞으로 뇌졸중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기 어려워진다는 것이 학회의 우려다.
정부는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은 최대 15%까지 줄이고, 중환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범사업이 시행되면 일반진료질병군인 뇌졸중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 접근성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회에 따르면 뇌졸중은 암질환, 심장질환, 희귀·중증난치질환과 함께 4대 중증질환에 속한다. 또한,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뇌경색(전체 80%)이나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전체 20%)은 골든타임 내 치료 여부가 환자의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뇌졸중은 국내 사망원인 4~5위에 해당하며, 뇌졸중 이후 후유장애 위험도 커 성인 장애 원인 1위로 꼽힌다.
급성 뇌졸중 중 80%는 초급성기 정맥혈전용해술이나 뇌졸중집중치료실 치료를 받고 있다. 두통, 알레르기, 두드러기 등의 질환과 같은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분류 체계를 개선하지 않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중환자 진료 비율을 50%까지 늘린다면, 뇌졸중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이경복 학회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 교수)는 “지난주 정부에서 발표한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중증환자 중심 구조전환에 동의하지만, 어느 질환보다 가장 빠른 시간내에 진단과 치료가 요구되는 급성중증뇌경색은 산정특례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급종합지정 기준에서 일반진료질병군에 머물러 있다”라며 “최근 주요병원 뇌졸중 치료의사 이탈도 이런 문제가 지속됐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앞으로도 전문질환군 환자비율을 높여야 하는 상급종합병원 입장에서는 뇌졸중 환자 진료를 더 줄이고 포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형병원들이 그동안 왜 권역응급의료센터 설치를 기피해 왔겠느냐”며 “바로 급성중증뇌경색 등 응급심뇌질환이 전문진료군도 아니고 수가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왜곡된 질병분류체계는 현재 부족한 거점병원의 필수의료인력을 더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므로 상급종합질병군 대한 재분류가 시급하다”고 주장하였다.
차재관 학회 부이사장(동아의대 신경과 교수)은 “현재 질병군 분류가 유지된다면, 최종 치료를 담당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의 뇌졸중 진료가 제한돼 뇌졸중 진료 인력과 인프라 구축 또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결국 국민에게 이런 피해가 전가될 수도 있어서, 뇌졸중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수정하는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회는 정부가 진행하는 필수 중증의료 진료 시스템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