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 행태는 이런 정당대회의 개념과 이미지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있어야 할 것은 없는 빈곤한 축제이고, 없어야 할 것들이 있는 참담함 그 자체다.
올해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총선 참패 뒤 열리는 만큼 위풍당당함이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패배감을 극복하려는, 반성·쇄신·비전을 앞세운 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쇄신과 반성은 눈 씻고 찾아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서로에게 '노상 방뇨하듯이 오물 끼얹고 도망간다', '총선을 고의 패배로 이끌려 한 건가', '다중인격 같은 구태정치'와 같은 가시 돋친 언어들을 쏟아냈다. 원 후보와 한 후보 간 극한 대치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해적 행태"라며 후보들의 자제를 촉구할 정도였으니 두 후보 간 싸움이 얼마나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명비어천가를 부르며 과도한 충성 경쟁을 보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최고위 예비선거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지만 한 배를 탄 당원들이 서로를 향해 내부 총질을 하는 국민의힘의 갈등은 더 불안하고 우려스럽다. 마치 뒤집히고 쪼개지기 직전의 배를 보는 듯하다. 한 여권 잠룡이 이들을 향해 "난파선의 선장이 되고자 하느냐"고 직격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윤희숙 전 의원이 "여당의 팝콘 전당대회"라고 웃픈 지적을 하며 "(야당이) 팝콘을 들고 지켜보며 여당이 어디까지 망가져 자신들 운동장을 깔아줄지 흥분하고 있다. 여당 지도자가 되겠다는 후보들은 제발 정신 차려라"라고 꼬집은 것을 후보들은 귓등으로 들은 것일까. 싸움에 매몰돼 '국민의힘이 버림받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일까.
어느 경쟁 과정이든 신경전과 잡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근거 없는 비방과 수위를 넘는 혐오, 인신공격을 난사하면서, 이번 전당대회는 민주 정치가 보여야 할 포용과 통합을 사실상 잃었다. 무엇보다 후보 간 대치가 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옐로카드를 받고서도 이어졌다는 점이다. 심지어 15일 열린 합동연설회는 지지자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며 아수라장이 되는 낯부끄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정치와 폭력이 만난 최악의 시나리오다. 총선 참패를 제대로 매조지지도 못한 집권 여당이 사생 결단의 싸움을 벌이다 지지자들 충돌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여기다 지지자 간 폭력을 두고 "예정됐던 필연"이라고 마치 남의 집 불구경하듯 '나 몰라' 평가를 하는 정치인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트럼프 테러 사태를 보며 전세계 정상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의 현실은 크게 다를까. 참담한 비방전에 옛날 정치판에서나 있을법한 폭력 사태가 더해진 것을 보면 우리 정치 역시 증오와 혼돈 속에 있긴 마찬가지다. 총격 소리만 없었을 뿐이다.
민주주의와 품격을 잃은 증오의 파티는 그 자체도 아름답지 않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더 뼈아플 수 있다.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를 수습하지 못한 데다 이번 극한 대치의 후유증까지 안게 됐다. 무엇보다 비전도 모범도 없는 이 전당대회 끝에 국민과 국민의 미래는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