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신호에…사우디, 미 적대국가와 협력 강화 모색

입력 2024-07-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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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살만, 푸틴과 원유공급 조절 등 협력 논의
이란 새 대통령과도 협력 확대 필요성 강조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인사하고 있다. 리야드/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신호가 나오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이란 등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적대국으로 꼽히는 세 나라가 트럼프 정권에 대비해 동맹 체제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크렘린궁은 “정치, 통상, 경제, 에너지 등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여러 분야 의제가 논의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측이 상호존중을 토대로 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재 우호 관계를 높이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틀 내에서 면밀한 협력을 계속하자는 내용을 나눴다. OPEC+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하에 기존 OPEC에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이 모여 공급량을 조절하는 협의체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40%를 차지하며 국제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압박에도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앞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협력을 견제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의 전쟁자금 추가 확보를 막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유 증산을 압박했지만 거절당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도 관계 개선에 나섰다. 이날 이란 ISNA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마수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이날 전화통화를 하고 여러 분야의 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다만, 개혁파로 분류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5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강경파 사이드 잘릴리 후보를 꺾고 당선돼 변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앞서 이슬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2016년 외교 관계를 단절했지만, 지난해 3월 중국의 중재 속에 복원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을 동맹국 안보에 해를 끼치는 국가로 간주하고 있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을 이어가는 러시아에 자폭 드론 등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란은 미국의 중동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에서도 하마스를 지지하며 중동 내 친이란 대리세력의 군사행동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정치 대혼란에 빠지면서, 사우디ㆍ러시아ㆍ이란의 밀착이 더 주목받고 있다. 13일 유세현장에서 피격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에 당선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TV토론 이후 '고령 리스크'가 재점화되면서 후보 사퇴론에 시달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제재를 주도해왔으며 러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가에 인권, 법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등 서방의 가치를 압박해왔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그대로 장악한 채로 전쟁을 끝낸다는 입장이며, 미국에 별다른 영향이 없으면 간섭하지 않는 고립주의 성향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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