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9명 소아·청소년…개인위생 준수, 빠른 진단·치료받아야
발작성 기침이 주요 증상인 국내 ‘백일해’ 환자가 최근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유행이 늘고 있어 보건당국과 의료 전문가들은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해야 한다면서, 영유아의 경우 접종 일정에 맞춰 백일해 백신(Tdap)을 접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 감염에 의한 급성호흡기 질환인 ‘백일해(百日咳, Pertussis, Whooping cough)’는 환자 또는 보균자의 비말 감염으로 전파된다. 국내에서는 감염성이 강한 제2급 법정감염병으로 분류되며, 잠복기는 4~21일(평균 7~10일)이다.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백일해는 올해 4월 중순부터 발생이 크게 늘었고, 6월부터는 환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7월 6일 기준 백일해 환자는 6986명(의사환자 포함)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980명, 2019년 496명, 2020년 123명, 2021년 21명, 2022년 31명, 2023년 292명 등 코로나19 발생 기간을 포함해 최근 7년 중 가장 많은 수치로,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백일해 환자 10명 중 9명은 소아·청소년이었다. 연령대별로 분석한 백일해 환자 수는 13~19세가 59.1%(4,126명), 7~12세가 32.9%(2,296명)으로 7~19세 소아·청소년이 전체의 91.9%(6422명)를 차지했다. 지역별로 경기(1594명, 22.8%), 경남(1455명, 20.8%) 인천(946명, 13.5%), 서울(678명, 9.7%)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질병청이 올해 백일해 신고환자 2173명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분석에 따르면 환자 대부분이 기침(99.4%)이 있었고 발작성 기침(21.5%)과 웁소리(whooping, 16.7%)는 일부에서 확인돼따. 환자 평균 연령은 16.1세, 증상발생일부터 진단까지는 평균 3.8일이 소요됐고, 21.6%의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은 것을 확인됐다.
백일해의 기침은 일반 감기의 기침과 달리 발작성 기침(Whooping cough)이 나타난다. 발작성 기침은 날숨 동안에 짧고 연속적인 기침이 계속되다 날숨이 끝나면 갑자기 길게 숨을 들이쉬면서 ‘흡(whoop)’ 하는 소리를 내는 특징을 보인다. 발작성 기침 중에는 얼굴이 빨개지고 눈이 충혈되며, 기침 끝에 구토가 동반되고, 끈끈한 점액성 가래가 나오기도 한다.
다만 백일해라는 용어는 100일 동안 기침을 하는 병이라는 의미로 중국에서 붙여진 명칭이지만 실제 발작성 기침이 두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백일해는 통상적인 기침을 100일 동안 하는 병이 아니라 수 주 이상 매우 고통스러운 발작성 기침을 경험하는 병이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회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백일해는 7~10일의 잠복기를 거치는데 증상이 거의 없는 감염 초기에 전파력이 가장 높아 예방이 어렵다”라면서 “백일해의 원인 병원체는 세균으로 바이러스보다 훨씬 무거워 환자가 기침을 해도 비말전파만 가능하고 멀리 날아가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족 내 2차 발병률이 80%를 넘는 경우가 많고 ‘기초감염재생산지수’가 10을 훨씬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환자 1명이 10명 이상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공기매개 바이러스 감염병인 홍역과 비슷할 정도로 전파력이 매우 높다.
백일해는 특징적인 발작성 기침 양상으로 임상진단할 수 있으며, 환자와 접촉한 병력, 말초혈액 검사, 흉부 방사선 검사, 비인두 분비물에 대한 배양 및 PCR 검사 등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또한 증상 초기에 마크로라이드(Macrolide) 계열의 항균제를 사용하면 증상이 빨리 호전되고 전염력 감소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항균제 치료가 늦게 시작되면 효과가 제한적이다.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은 “백일해 예방을 위해서는 감염 시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는 1세 미만에 적기 백신 접종(2·4·6개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면서 “이후 추가접종 3회(15~18개월, 4~6세, 11~12세)도 꼭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신부는 매 임신마다 27~36주에 백신을 접종한다. 모체에서 형성된 방어 항체가 태반을 넘어 태아에게 넘어가 아직 접종받기 전 영아의 백일해를 예방해 준다. 실제 접종을 받지 않은 산모에서 태어난 2개월 미만 영아의 경우 백일해 사망률이 1%에 달한다.
신 수석상임연구위원은 “백일해는 가족 내 2차 발병률이 매우 높다.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와 접촉하는 가족 및 의료기관이나 보육시설 종사자는 아이와 접촉하기 2주 전까지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라고 설명했다.
모든 확진자는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3주, 치료를 받은 경우 치료 시작 후 5일간 격리가 권고된다.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는 마크로라이드(Macrolide) 계열의 항균제를 복용하는 화학예방요법이 도움이 되므로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은 “백일해는 장기간 지속되는 발작성 기침을 특징으로 하는 전파력이 매우 높은 감염병으로 특히 소아청소년기에 1주 이상 발작성 기침이 나타나는 경우 반드시 백일해를 의심하고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