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서 빠져나온 자금 우량주로 유입 ‘순환매 장세’
미국 제조업 비중 높은 인텔만 ‘나 홀로’ 상승 마감
인공지능(AI) 열풍에 상반기 주식시장의 랠리를 견인했던 반도체주가 17일(현지시간) 급락세를 면치 못하는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무역 제재 강화를 위해 동맹국 압박에 나섰다는 소식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만 방위비 부담 발언도 반도체주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대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우량주가 순환매 장세 수혜를 누리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 AI 붐을 주도했던 엔비디아는 전일 대비 6.62% 하락한 117.99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AMD(-10.24%)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12.74%)은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급락했고, 브로드컴(-7.91%), 퀄컴(-8.61%), 마이크론(-6.27%) 등 주요 반도체 종목들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주요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날보다 7% 가까이 떨어져 2020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전날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에 이어 이날 크리스토퍼 연준 이사까지 나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발언을 하고 6월 신규주택 착공 건수와 6월 산업생산 등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가 예상을 웃돌았지만,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최근 일본 최근 일본의 반도체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과 네덜란드의 ASML 등에 대해 해외 직접 생산품 규정(FDPR)을 적용할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과 네덜란드 등 동맹국에 동맹국 기업들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을 계속 제공할 경우 엄격한 무역 제한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제한 조치로 자국 내 기업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에 동맹국에 더 적극적인 대중 제재에 동참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다만 동맹국들이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할 우려가 나온다. 새로운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공급망에서 미국산 부품이나 장비 사용을 아예 배제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기업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인터뷰도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미국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고 비판하며 “대만은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우려에 반도체주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전통 우량주로 유입되는 순환매 장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30개 우량주로 구성된 다우지수가 나 홀로 상승하며 4만1000선을 돌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우지수의 구성 종목인 인텔은 8% 나 홀로 상승하다 상승폭을 줄여 0.35% 상승 마감했다. 인텔은 미국 제조 비중이 높은 반도체 기업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