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메탈 음극재 결합하면…에너지 밀도ㆍ안전성 모두 잡는다
리튬이온 배터리 속 전해질은 주로 액체 형태다. 리튬이온이 양ㆍ음극 사이를 빠르고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가연성의 액체 전해질은 외부 충격을 받으면 누액 위험이 크고,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안전성을 높인 게 전고체 배터리다.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 역할을 대신하고, 누액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들이 사라지면서 무게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빈자리에 더 많은 활물질을 넣어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 꿈의 주행거리 ‘1000㎞’도 가능할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 종류에 따라 크게 고분자계(폴리머계), 산화물계, 황화물계로 나뉜다. 고분자계는 액체 전해질 기술과 비슷해 생산이 쉽지만, 이온 전도도가 낮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산화물계는 전기화학적 안정성이 우수하다. 황화물계는 이온 전도도가 셋 중 가장 높고 대량 양산화에도 유리하다.
다만 고체 특성상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가 액체보다는 느리기 때문에 배터리 출력이 낮다. 전극과 전해질 모두 고체이다 보니 계면 저항이 높아지면서 수명이 짧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전고체 배터리는 차세대 소재인 리튬메탈 음극재 개발과 동행한다. 리튬메탈 음극재는 흑연계보다 에너지 용량이 크지만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메탈 음극재를 결합하면 에너지 용량, 출력, 수명, 안정성을 모두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30년 안팎으로 잡고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삼성SDI가 2027년으로 가장 빠르다. 삼성SDI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파일럿(시범생산) 라인을 구축해 완성차 업체에 시제품을 납품하는 단계다. 독자 개발한 고체 전해질과 리튬 음극재를 사용해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했다고 전해진다. 삼성SDI는 에너지 밀도 900Wh/L의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다.
SK온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고분자-산화물 복합계는 2028년, 황화물계는 2029년에 시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미국 텍사스대 하디 카니 교수 연구팀과 기존 대비 이온 전도도를 약 10배 이상 높인 고분자 전해질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속도보다 완성도에 중점을 뒀다. 액체 전해질과 고체 전해질의 중간 단계인 ‘반고체’를 먼저 개발할 계획이다. 고분자, 산화물, 액체 전해질을 함께 사용하는 반고체 배터리를 2026~2027년 상업 생산하고, 2030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나설 방침이다.
전고체 배터리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시작한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손잡고 2028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과 현대차 투자를 받은 미국 솔리드파워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최근 에너지 밀도가 330Wh/kg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2023년 687GWh에서 2030년 2943GWh까지 커지는 가운데 2030년 전고체 배터리 침투율이 4%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고체 배터리가 가진 성능적 한계와 높은 가격 등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마켓츠앤마켓츠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34.2% 성장해 2027년에는 4억8200만 달러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