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세계와의 유사성 화제
캡틴 아메리카는 미국 국기를 형상화한 의상을 입는다.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미국을 상징한다. 그는 미국의 가치와 이념, 즉 자유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처럼 캡틴 아메리카는 영화 속 슈퍼 히어로를 넘어, 미국의 사회ㆍ정치ㆍ문화를 표상하는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최근 미국 영화 전문매체 스크린랜트는 캡틴 아메리카가 미국 사회와 신기할 정도로 닮아있어서 종종 이 슈퍼 히어로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미래를 예언한 듯한 느낌을 준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피격 사건 간의 유사성을 짚었다. 다만, 이러한 분석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미국 이슈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일 뿐, 범죄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13일(현지시간) 트럼프 유세 현장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기 이틀 전, 마블스튜디오는 내년 2월 개봉 예정인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의 예고편을 공개했다. 해당 예고편에선 캡틴 아메리카 자리를 물려받은 샘 윌슨(안소니 맥키)과 대통령이 된 선더볼트 로스(해리슨 포드)의 만남이 그려졌다.
예고편에서 로스는 백악관에서 공개 연설을 하던 중 의문의 사나이에게 암살 시도를 당한다. 트럼프와 비슷한 백발의 로스부터 실패한 암살 시도, 의문의 사나이까지. 이 장면을 토대로 스크린랜트와 마블 팬들은 펜실베이니아에서 발생한 트럼프 피격 사건 사이에 유사점을 그리고 있다.
마블스튜디오의 슈퍼히어로 세계관(MCU)에서 암살 시도는 흔한 일이지만, 이러한 유사성이 미국 현실의 복잡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을 반영하고 예측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스크린랜트의 설명이다.
캡틴 아메리카와 현실 세계의 유사성은 이전부터 논쟁거리였다. 2021년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된 ‘팔콘 앤 윈터 솔져’에서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예견한 듯한 플롯이 삭제됐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마블이 펜데믹 사태를 예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겨났다.
해당 TV 시리즈에서는 팔콘(샘 윌슨)이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를 맡게 된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하는 질병이 퍼지는 서브플롯이 있었지만, 공개 직전 최종적으로 삭제됐다. 실제로 2020년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 대유행에 직면한 시기다.
팔콘 앤 윈터 솔져의 프로듀서 말콤 스펠먼은 해당 내용이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삭제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전 세계가 펜데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이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당시 관람객들은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캡틴 아메리카를 찾았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해당 내용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작성됐다는 점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현실 세계의 사건들을 예측한 또 다른 기이한 사례라고 스크린랜트는 전했다.
2014년에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미국 현실 세계의 사건을 예견한 주요 사례 중 하나로 언급된다. 영화에는 HYDRA(하이드라)의 ‘프로젝트 인사이트’가 등장하는데, 지구상 모든 주요 인물과 사건을 감시해 위협을 제거하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개봉되기 약 1년 전, 미국은 국가안전보장국(NSA)의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의 대규모 감시 활동에 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미국 정부의 감시와 프라이버시 문제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스크린랜트는 영화 대본이 2013년 스노든의 폭로 이전에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므로, 캡틴 아메리카가 또 한 번 현실 세계의 사건과 이슈를 예측한 사례라고 꼽았다.
물론 캡틴 아메리카 세계관 속 이야기는 사람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허구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실제 미국의 사회ㆍ정치 이슈의 모든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스크린랜트가 짚었다. 이러한 분석으로 미국의 사건 사고를 이해하고, 미국의 가치와 이데올로기를 탐구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