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HBM은 테스트 진행 중”
삼성전자가 이르면 내달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처음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의 4세대 HBM인 HBM3 칩이 처음으로 엔비디아의 승인을 받아 프로세스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간)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다만 삼성의 HBM3 칩은 현재 중국 시장용으로 개발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H20’에만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다소 미묘한 청신호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H20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제한 강화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첨단 GPU 가운데 하나로, 중국 이외 시장에서 현재 판매되는 주력 제품인 H100보다는 연산 능력이 제한적이다.
소식통들은 삼성전자가 이르면 다음 달 엔비디아에 HBM3 납품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엔비디아가 다른 AI 프로세서에도 HBM3 칩을 사용할지, 아니면 그 전에 추가 테스트를 통과해야 할지는 현재는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의 5세대 HBM3E 칩의 경우 엔비디아의 표준을 아직 충족하지 못했으며 해당 제품에 대한 테스트가 계속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다. 칩을 겹겹이 쌓아 실리콘관통전극(TSV)과 연결해 더 빠르고 에너지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를 구현한다.
AI용 GPU의 핵심 구성요소로, 복잡한 앱에서 생성되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AI 가속기의 필수 부품으로 꼽히면서 HBM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의 HBM3에 대한 엔비디아의 승인 소식은 AI 붐으로 인해 정교한 GPU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 등 AI 칩 제조사들이 이를 충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전 세계에서 주요 HBM 제조사는 미국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삼성 등 세 곳뿐이다. HBM3도 공급이 부족하므로 엔비디아는 삼성이 표준을 통과해 공급업체 기반을 다양화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 분야의 확실한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가 5세대 HBM3E 생산량을 확대하고 HBM3은 줄일 계획이기 때문에 HBM3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엔비디아의 공급업체 다각화 필요성 또한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3월 공개한 최신 AI 칩인 블랙웰 시리즈에 기반을 둔 ‘B20’이라는 새로운 중국 전용 플래그십 AI 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로서는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2022년까지만 해도 중국은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26%를 차지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중 수출을 통제하면서 지난해 17%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파이가 크다.
올해 출하를 시작한 중국 전용 H20 역시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 리서치회사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H20은 올해 중국에서 100만 개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20억 달러(약 16조6200억 원)가 넘는 매출이 기대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