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통해 설비와 시스템 갖춰
양배추 김치…생맥주도 함께 판매
육고기 모자라 ‘콩ㆍ밀가루’ 향 강해
최근 북한이 사상 교육을 위해 해외 체류 중인 유학생을 소환했다. 지난 3일 통일부는 “최근 북한 당국이 중국과 러시아 유학생의 사상 교육을 위해 이들을 집단 소환 중”이라고 전했다.
과거에도 외부 문물을 직접 접한 유학생은 주기적으로 평양으로 돌아가 사상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2020년 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경봉쇄가 시작됐고, 이후 관련 교육이 중단됐다.
지난해 국경이 다시 열렸다. 이때 외부 문물이 빠르게 유입됐다. 최근 북측은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경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외부 문물 가운데 다양한 먹거리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햄버거는 일찌감치 북한에 자리잡은 먹거리 가운데 하나다. 자본주의 상징으로 여겨진 햄버거는 초기 ‘빵 고기’ 등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제는 메뉴판에도 ‘버거’라는 외래어가 그대로 표기된다. 그만큼 북한에서도 햄버거는 익숙해진 먹거리인 셈이다.
북한 최초의 패스트푸드점 이름은 ‘삼태송’이다. 2009년 평양에 처음 문 열었는데 가격도 가격이지만 낯선 먹거리인 탓에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메뉴는 서방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포함했다.
개점 당시 이곳을 찾았던 AP통신의 르포 기사를 보면 양배추로 만든 절임 김치와 생맥주를 함께 판매했다는 게 독특하다.
당시 AP통신은 “직원의 대부분이 젊은 여성이었다”라며 “이들은 주황색 앞치마와 하얀색 모자를 쓴 채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조리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의 삼태송 햄버거는 당시 싱가포르 외식기업의 도움을 받아 문을 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직원 교육은 물론 필요한 조리 장비도 제공했다.
빵은 부드럽되 안에 든 소고기 패티는 의외로 딱딱한 편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평양에서 열린 ‘아시아주니어 역도선수권대회’를 취재한 일부 기자는 실제로 평양에서 직접 햄버거를 직접 맛보기도 했다.
당시 취재진에 따르면 여느 햄버거와 맛과 모양이 유사했다. 다만 패티가 잘게 부서지고 밀가루 향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기 자체가 넉넉하지 않아 콩을 포함한 다양한 식재료로 고기 식감을 재현한 것으로 관측된다.
또 하나 독특한 점은 빵에 스며든 기름기다. 기름에 구워낸 패티를 바로 빵 위에 얹다 보니 이 기름기가 빵에 스며든 셈이다.
당시 사진공동취재단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한 기자는 “햄버거를 다 먹기 전인데 패티 기름이 빵에 스며들었다”라며 “미리 만들어 놓은 게 아니라 주문하면 바로 만드는 모양이었다. 빵과 고기 모두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흔하지 않지만 고려항공을 이용한 승객들도 기내식으로 나오는 북한 햄버거를 맛볼 수 있다.
고려항공 노선은 중국과 러시아 일부 지역으로 국한돼 있다. 중장거리 노선이 없다 보니 기내식은 햄버거와 샌드위치ㆍ커피 등 간편식이 대부분이다.
고려항공이 기내식으로 제공하는 햄버거는 이른바 ‘네모난 버거’로 알려져 있다. 동그란 빵과 패티를 이용해 햄버거를 만든 다음, 기내식으로 제공하기 위해 투명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낸다. 이 용기가 네모다.
동그란 햄버거를 네모 용기에 담아 포장 관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그란 햄버거가 네모로 변한 것이다. 이 때문에 네모난 버거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