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주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묻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를 정조준한 공개 발언이다. 앞서 대통령실도 당국에 신속 대응을 주문했다. 22대 국회에 들어 저질 정쟁의 늪에 빠진 정치권이 얼마나 잘 대응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문제에 대한 비상 대처와 제도 보완이 시급한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티메프는 어제 주문 취소, 환불 절차 등을 이어갔다. 카드사와 간편결제사, PG(전자지급결제대행)사도 티메프 관련 결제 취소를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 토스페이먼츠는 일반 PG사 중 처음으로 오늘부터 이의제기 신청 절차를 밟는다. 소비자 불만과 불편이 곧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도 고개를 든다.
하지만 진정한 고빗길은 이제부터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미정산 금액은 1700억 원(5월 기준) 수준이지만, 앞으로 6~7월 미정산분이 더해지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막대한 규모의 손실이 어디로 귀속되느냐가 일차적 관건이다. 갈등과 혼란을 키울 지뢰밭이나 다름없다. 카드·PG 업계에선 미정산 금액 손실을 애꿎게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하필 성수기에 날벼락을 맞은 여행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거액을 정산받지 못한 다른 업종 판매업체들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티메프 피해자들은 어제 대책회의와 집회를 열었다. 뒤탈 없는 수습 가능성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티메프는 둘 다 독자 생존이 어렵다. 전자상거래 4·5위라지만 두 업체 자본금은 -9000억 원이다. 특히 티몬은 지난해 회계감사 보고서를 제출하지도 못했다. 두 업체는 그런데도 ‘판매 대금 돌려막기’로 여태껏 정산일을 맞춰왔다. 이런 거래 행태에 불안을 느낀 일부 중대형 판매자가 이탈하자 돌려막기 시스템마저 와해된 것이 이번 사태의 서막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모기업 큐텐도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사태를 해결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큐텐의 다른 계열사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불이 어디까지 번질지 모를 일이다.
더욱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관련 당국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국내 이커머스 거래 규모는 지난해 227조 원으로 2010년 25조 원에 비하면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내 유통 매출의 절반(50.5%)이 이미 이커머스 형태다. 소비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히 이동한 것이다. 이런데도 이커머스는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시장 경제의 가장 큰 자산은 신뢰, 신용이다. 이커머스도 마찬가지다. 그 가장 큰 자산이 벼랑 위에 놓이게 됐으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국민 군가 ‘진짜 사나이’ 노랫말에는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는 대목이 있다. 이번 사태는 이커머스를 믿고 혹은 관련 당국을 믿고 단잠을 이뤄도 되는지를 묻고 있다. 어찌 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