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독일서 쏘면 10분 거리…미국에 경고”
“러시아 vs 서방, 냉전시대 이후 긴장 최고조”
미국이 독일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기로 하자 러시아가 ‘거울 조치’를 시사하며 맞불을 놓았다. 약 40년 만에 냉전시대 ‘미사일 위기’ 위기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됐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해군의 날 기념식에서 “미국이 독일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서방을 공격할 수 있는 비슷한 거리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거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미사일의 독일 배치에 대응해 배치할 수 있는 타격 시스템 개발이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의 경고는 미국이 10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2026년부터 독일에 SM-6 함대공 미사일, 토마호크(순항미사일), 개발 중인 초음속 무기 등을 장기 배치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유럽과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자 유럽 동맹국에게 헌신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특히 미국이 배치하는 미사일 가운데는 현재 유럽에 실전 배치된 지상 발사 무기보다 사거리가 훨씬 긴 신형 미사일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향후 핵탄두까지 장착할 수 있는 서방의 미사일이 러시아 영토 내 목표물까지 비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0분에 불과하다”며 “과거 냉전시대에 중거리 퍼싱2 미사일을 유럽에 배치한 것과 같은 미사일 위기를 미국이 촉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983년 서독에 모스크바를 타격할 수 있는 퍼싱2 미사일을 배치해 당시 소련(옛 러시아)이 강력하게 반발한 적이 있다. 이후 양국은 1987년에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체결, 사거리가 500km를 넘는 지상 발사 미사일 배치 금지를 합의하기도 했다.
2019년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하는 미사일 시험을 실시했다”고 비난하며 조약에서 탈퇴했다. 당시 미국국방장관인 마크 에스퍼는 “러시아의 행동에 대한 신중한 대응”이라며 “지상 발사 재래식 미사일 개발을 전면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도 이후 조약에서 탈퇴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조약 조건을 계속 준수하고 있다”고 밝히는 한편, “독일에 새로운 미사일이 배치되면 더는 조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와 서방 강대국 간의 긴장이 냉전 이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