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둔화에 제품 가격 하락 이중고
"중장기 생산능력 하향 검토"
광물·소재 등 미래 투자 지속
에코프로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대비해 투자 속도 조절을 검토한다. 다만 캐즘 이후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광물부터 주요 소재, 리사이클(재활용) 등 배터리 소재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는 지속한다.
김장우 에코프로비엠 경영지원본부장은 31일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최근 전방 시장은 주요 완성차업체(OEM)들의 전기차 수요 회복이 지연되며 주요 고객사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 둔화 등을 고려해 중장기 양극재 캐파(CAPA·생산능력) 하향과 투자 속도 조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에코프로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54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7.2% 감소한 8641억 원이다. 양극재 생산 기업 에코프로비엠은 2분기 영업이익 39억 원을 실현했다. 전구체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3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에코프로에이치엔 영업이익은 36억 원으로 나타났다.
전방 수요 둔화로 제품 판매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양극재 판매가격(판가) 하락 폭이 축소되며 3분기에는 판가가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양극재 판가 하락률은 전기 대비 13% 수준이었지만, 3분기에는 2%대에서 하락률이 유지될 것으로 추산된다.
에코프로그룹은 캐즘 이후의 배터리 시장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미래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니켈 확보를 위한 ‘QMB’ 제련소 지분 투자에 이어 연산 8만5000톤(t)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 추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QMB는 지난해 니켈 2만5000톤 생산을 완료했고, 올해는 4만톤으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내년 양산 예정인 전구체 3·4공장 등 국내 설비 증설과 유럽 헝가리 공장 투자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에코프로는 헝가리 데브레첸에 내년 3분기 양산을 목표로 연산 5만4000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8년까지 총 18만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양극재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하이니켈 양극재부터 고전압 미드니켈, 리튬인산철(LFP) 등 중저가형 소재까지 다수의 신규 업체들과 제품 공급을 논의 중이다. 소듐이온(나트륨이온) 양극재는 LFP에 준하는 수준으로 에너지 밀도를 확보했고, 실리콘 음극재와 전고체 전지용 양극소재, 고체 전해질 등도 개발하고 있다.
메탈 가격 변동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수익성 전략도 이어간다. 리튬 사업은 하반기 다양한 원재료 투입과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제품 판매에 집중한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최근 2공장 양산을 시작했고, 3분기부터 삼성SDI를 대상으로 수산화리튬 판매를 본격화한다. 또 북미 완성차 업체(OEM)를 포함한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이다.
재활용 사업의 경우 현대글로비스, 미국 서바솔루션즈 등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원료 확보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 중에는 일본의 2개 파트너사에서 원료 확보를 시작한다.
박재하 에코프로 경영관리본부장(전무)는 “상반기 리튬, 재활용 사업은 낮아진 판매 가격에 대비해 고가의 원재료를 투입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수익성 관리에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하반기 메탈 가격은 점진적 상승 가능성이 전망되나 가격 변화에 따른 민감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 왔으며 하반기에는 그 효과가 점차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