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AI 랠리 주춤 국내 종목 큰 하락…SK하이닉스·한미반도체↓
침체된 시장을 살릴 수 있는 카드는 ‘실적’…삼성전자 호실적에 3%대↑
주요 국가 통화정책 회의에 '환율'도 변수
미국 빅테크 종목들의 실적 쇼크에 국내 증시 시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미 증시를 이끌던 인공지능(AI) 랠리가 주춤하면서 국내 종목들도 큰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침체한 시장을 살릴 카드는 결국 실적이지만, 오히려 실적발표가 시장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 S&P500 지수 등과 상관계수가 높아지면서 영향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시장에 미칠 영향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 회의도 배제할 수 없는 요소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인공지능(AI) 랠리를 이끌었던 대표 기술주 ‘매그니피센트7(M7)’의 주가 폭락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 시계가 안갯속으로 빠지고 있다.
대장주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 대비 7.04% 빠지면서 103.73달러에 장을 마쳤다. 한때 3조 원이 넘었던 시총은 2조5000억 원대까지 빠졌다.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주가다. 나스닥도 8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미국에선 빅테크 회사들이 AI 투자를 확대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지출 대비 수익 창출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AI에 대한 자본지출이 향후 AI가 창출할 매출에 비해 너무 높다는 해석이다.
게다가 현재 엔비디아가 AI 프로세서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자사의 AI 모델 학습에 엔비디아의 칩이 아닌 구글 칩을 사용했다는 소식도 영향을 미쳤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M7 종목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수 하락에 동조했다. 30일(현지시간) MS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 주당 순이익 등이 시장 예상치를 약간 웃돌았으나 핵심 사업인 클라우드 성장이 둔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간 외에 최대 7%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기술주의 수난시대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 국내 증시도 하락 영향권을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엔비디아 관련주로 묶였던 종목들은 연일 하락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미국 증시 동조화(커플링) 현상은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지수의 상관계수는 0.722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3월 (0.773) 이후 약 5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S&P500도 0.735로 올해 중 최고 수치다. 즉 미국 증시가 떨어지면 다음 날 한국 증시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증시를 이끌던 엔비디아의 하락으로 관련주도 큰 하락을 보이는 중이다. 한때 ‘25만닉스’를 바라봤던 SK하이닉스는 현재는 20만 원을 밑돌고 있으며, 한미반도체도 20만 원을 목전에 뒀다가 현재 13만 원대로 급락했다.
결국, 침체된 시장을 살릴 수 있는 카드는 ‘실적’이다. 그러나 오히려 실적이 시장 하락의 부스터를 달아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실적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이 같은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날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443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462.2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28조5600억 원, 영업이익 6조4500억 원을 기록해, 2022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TSMC의 매출(6735억1000만 대만달러·약 28조5000억 원)을 넘었다.
이에 주가도 전 거래일 대비 3.58% 오른 8만3900원에 장을 마쳤다. 미국 장에 영향은 받지만, 실적이 좋다면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아직 살아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 회의에 따른 환율도 큰 변수다. 다음 달 1일 새벽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금리정책을 결정한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4개월 만에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0~0.1%였던 정책금리를 0.25%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최근 나스닥 지수 하락엔 엔화 강세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에 우리 시장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미국에선 경기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 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만큼 FOMC의 결과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