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막말과 고성, 각종 인신공격으로 얼룩지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지가 뭔데”, “빌런”, “깐족거린다” 등 서로를 향한 막말을 주고받자 일각에선 국회가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단 비판도 나온다.
여야 의원들은 3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면서 강하게 대립했다.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탄핵소추안 안건을 상정하자 여당 의원들은 “이의가 있다”며 위원장 자리로 몰려가 항의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 정 위원장이 “퇴거를 명령한다”고 선언하자,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무슨 퇴거명령이야. 지가 뭔데”라고 반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인성이 진짜”, “버르장머리가 없다”며 발끈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오늘 법사위원장이 어떤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니가 뭐야’라고 하는 건 지나치다”라며 “곽 의원은 공개 사과를 하고, 또 이 발언은 속기록에서 삭제하는 게 우리 법사위원회 권위와 국회 사무 존중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자 정 법사위원장도 “20분 정도 시간을 드리겠다. 사과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곽 의원의 발언권은 중지하겠다”고 경고했다. 곽 의원은 “‘지가 뭔데’의 ‘지’는 제3자를 가르키는 대명사”라며 사과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정 위원장은 “오늘 뿐 아니라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사과할 때까지 곽 의원의 발언권을 중지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같은 충돌은 회의 내내 계속됐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대체토론을 하는 과정에 “무슨 근거로 (여당 의원들은) 법사위에 떼로 몰려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이냐”고 발언하자, 여당 측에선 “떼로 몰리다니, 말이 심하다”, “언어 순화를 하라”고 즉각 반발했다.
정 위원장이 “국문법에도 다 나와있고, 민중적 발언”이라고 서 의원을 엄호하자,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쓰는 용어치곤 품격있다”고 비꼬았다. 정 위원장이 발언 수위를 조절하라고 제지하자 곽 의원이 “왜 한쪽에만 뭐라고 하느냐”며 “(민주당 측에서) 계속 깐족깐족 하고 있는데”라고 거칠에 항의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 위원들은 회의 도중 ‘긴급 입장 발표’를 가지고 법사위 운영 방식을 규탄했다.
여당 측 법사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본인을 불편하게 한다는 이유로 (정 위원장은) 발언권을 정지했다”며 “국회에서 의원의 발언권은 생명과 같다. 이를 정지하는 건 의회 폭거이자 독재”라고 비판했다.
송석준 의원은 “심각한 모독 행위가 신성한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여과없이 반복되는 데 대해 강력 규탄한다”며 “국민의힘은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가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