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공격 배후 이스라엘 지목...이스라엘은 침묵
확전 위기 속 이란 대응에 촉각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텔레그램 계정에 올린 성명에서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도 성명을 내고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암살됐다”면서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한 하니예는 이날 숙소에 머무르던 중 급습을 받고 사망했다. 경호원 한 명도 숨졌다. IRGC는 그의 사망을 “순교(Martyrdom)”라고 표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니예 사망과 관련해 즉각적인 논평을 거부했다. 하지만 하마스는 공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하마스는 하니예 살해 소식이 전해진 후 “큰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며 사실상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을 예고했다.
하니예는 하마스 고위 지도자 중 한 명이자 이집트, 카타르, 미국이 중재한 이스라엘과의 휴전협상에 참여하는 핵심 인물이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국은 협상이 타결에 가까워졌다고 언급했지만, 그의 사망으로 휴전협상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갈등이 격화하며 확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에서 하마스 최고 정치 지도자까지 피살되면서 중동 정세 불안감이 한층 더 커지게 됐다. 이미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축구장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같은 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도 공습,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인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했다.
이번 살해사건과 관련해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변수다. 이번에 대통령직에 오른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강경 보수파였던 전임 대통령과 달리 중도·개혁파로 분류돼 서방과의 관계 정상화, 이란핵합의(JCPOA) 복원, 히잡 단속 완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란 내부에서는 이번 하니예 살해로 사건으로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니예 살해 전 그와 긴밀히 접촉했던 이란 최고 지도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란 대통령 취임식엔 하마스뿐 아닌 예멘 반군 후티,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이란이 ‘저항의 축’으로 부르는 단체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를 소집했다.
한편, 이날 백악관 대변인은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가 이란에서 살해됐다는 보도를 봤다면서도 추가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