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구영배…큐텐그룹, 계열사 '각자도생 속' 해체 수순 [티메프發 쇼크]

입력 2024-08-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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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커머스, 큐텐에 내용증명 발송…티몬ㆍ위메프도 별도 매각 타진
"알아서 하라" 구영배 대표 무책임한 행태…계열사 대표들과 신뢰 깨진 듯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검찰 관계자들과 함께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티몬ㆍ위메프(티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후폭풍으로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1세대 신화로 군림했던 구영배 대표의 큐텐그룹이 14년 만에 와해 수순을 밟고 있다. 구영배 대표의 계열사 장악력이 하락하는 가운데 이해관계가 얽힌 계열사들이 각자 살 길을 도모하고 있어 재건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커머스는 최근 큐텐 측에서 받지 못한 미수금 등을 돌려받기 위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큐텐이 지난해 3월 지분교환을 통해 인수한 이커머스 업체로 인터파크쇼핑과 도서, AK몰 등을 운영한다. 내용증명은 발송인이 수취인에게 보낸 문서의 발송일과 내용을 우체국이 증명하는 것으로, 민사소송 등 법적조치를 위한 준비절차로 인식된다.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과 기술개발 계열사 큐텐테크놀러지, 큐브네트워크 등에 물린 자금은 약 650억원대로 알려졌다. 대부분 판매대금 미수금과 대여금으로, 인터파크커머스가 큐텐에 인수된 뒤 첫 회계 기간인 지난해 3∼12월 거둔 영업이익(342억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인터파크커머스가 사실상 큐텐과의 결별 수순을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김동식 인터파크커머스 대표는 지난달 3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큐텐의 지원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며 "독자적인 매각 작업을 추진해 독립경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큐텐그룹 내 여타 자회사들도 각자도생을 준비 중이다. 티몬은 대형 투자사와 투자 유치, 매각 논의를 타진 중이고, 위메프도 개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모기업 큐텐 지원만 기다리다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 안팎에서는 상황이 점차 악화하는데도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않는 구영배 대표와 자회사 대표들 간 신뢰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에서 촉발된 정산금 미지급과 판매자 이탈 충격이 인터파크커머스로 확산되자 "각 계열사 대표가 알아서 사태를 수습하라"고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회사 CEO들은 모두 구 대표가 사내벤처 형태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인터파크구스닥을 설립한 2000년 전후로 인연을 맺은 인물들이다. 그러나 큐텐테크놀로지를 통해 재무 정보를 장악한 구 대표는 이번 사태가 터진 뒤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물론 회생계획을 포함한 수습 방안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티메프 사태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언급한 티몬과 위메프 간 합병안도 양사 대표와 구체적으로 상의하지 않은 내용으로 알려졌다.

한편 구 대표의 그룹 장악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 징후는 큐텐 해외 자회사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큐텐의 싱가포르 기반 글로벌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는 지난달 구 대표가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임명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큐익스프레스의 재무적 투자자(FI)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큐텐과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 지분 95.3%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약 1600억원대 투자금을 넣은 주요 FI가 현재 보유한 큐익스프레스 우선주, 교환사채(EB), 전환사채(CB) 등을 보통주로 전환하면 지분율이 50% 아래로 떨어져 구 대표가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 향후 사모펀드 운용사인 크레센도가 사채 전환권을 행사해 지분 40%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시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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