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구글, 미국 반독점 소송 패소…검색시장 대격변 오나

입력 2024-08-06 13:10수정 2024-08-06 16:19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스마트기기ㆍPC 제조사에 35조 지급
구글을 해당 기기에 기본으로 설정케
경쟁사 시장 진입 막고 광고비 인상
NYT “일부 사업 강제 매각 가능성”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Google)이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독점 금지법(Antitrust law)’ 소송에서 패했다.

연방 대법원까지 같은 판결을 내린다면 천문학적 벌금은 물론, 일부 사업의 강제매각을 비롯해 경영 시스템 변경까지 고려해야 한다. 검색시장을 독점해온 구글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시장 전체의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나아가 빅테크의 다른 독점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 소재 연방지방법원의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검색엔진 구글의 반독점 소송’과 관련해 “구글이 자사 검색 엔진을 특정 회사 스마트 기기ㆍPC 등에 기본 설정되도록 했다”며 “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급한 것은 셔먼법 2조(반독점법)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277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을 통해 재판부가 밝힌 핵심 내용은 “구글이 불법으로 시장을 독점해 현재 지위에 올랐고, 이를 악용해 막대한 수익을 냈다”로 점철된다.

법원은 구글이 총 260억 달러(약 35조6000억 원)를 스마트 기기와 PC 제조사에 지급하며 경쟁사(검색엔진)의 시장 진입을 차단,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구글이 자사의 검색 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지급한 ‘막대한 비용’의 실체도 드러났다. 2022년 구글은 200억 달러를 애플에 지급했다. 그 대신 애플 기기에서 구글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사용하도록 조건을 걸었다.

시장을 독점하고 이를 남용한 혐의도 인정했다. 검색시장을 먼저 독점한 구글은 이후 온라인 광고 가격을 지속해서 인상하며 독점지위를 남용했다.

실제로 2분기(4∼6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매출 841억9000만 달러 가운데 광고 수익은 646억2000만 달러에 달했다. 전체의 77% 수준이다.

메흐타 판사는 “안드로이드와 함께 아이폰 등 애플 기기에서 구글의 독점적인 ‘검색 계약’이 공정한 시장경쟁을 방해했다”고 판결했다.

구글은 “소비자가 최고의 검색 엔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법원 판결은 반독점법 위반 여부만 판단했다. 벌금을 포함한 구체적인 처벌과 강제 이행명령 등은 재판을 다시 열어 결정한다.

▲구글 로고, 출처 로이터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은 현대 인터넷 시대에 거대 기술기업의 권력에 타격을 주고 비즈니스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판결”이라며 “구글이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검색시장 지배력이 약화하면 검색엔진 ‘빙’을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공지능(AI) 검색 도구로 구글 아성에 도전하는 챗GPT의 오픈AI 등이 혜택을 보게 된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미국 국민의 역사적인 승리”라며 “아무리 규모가 크거나 영향력이 크더라도 법 위에 있는 회사는 없다. 법무부는 계속해서 우리의 독점금지법을 강력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구글은 판결 이후 “우리가 시장 지배력을 우연히 획득한 것이 아니다. 수천 명의 숙련된 엔지니어를 고용했고, 지속해서 혁신적인 사업 결정을 내렸다”며 “그 결과 업계 최고 품질의 검색 엔진이 탄생했고, 수억 명의 일일 사용자마다 신뢰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은 1998년 5월 미국 법무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 이후 미국 빅테크를 상대로 한 대형 소송이어서 월가에서 예의 주시해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까지 나서서 이번 판결을 지지하는 만큼, 이번 소송이 구글을 넘어 빅테크 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친(親) 경쟁적 판결은 결국 미국 국민의 승리”라고 언급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작년 9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피소됐다. 이들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제품 품질이 떨어진 것은 물론, 판매자들에게 과도한 요금까지 부과했다는 혐의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역시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법 의혹이 제기돼 FTC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