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붕괴로 취업 빙하기 시대 겪어
임금ㆍ이직 등에서 불리한 처우로 고통
일본의 40대 또는 50대 초반으로 구성된 ‘잃어버린 세대’의 곤경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인력난을 호소하는 상황임에도 노년층과 청년층보다 상대적으로 임금ㆍ이직 등에서 불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세대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지속된 취업 빙하기에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했다. 이에 1980년대 부동산과 주가 급등으로 인해 부풀려진 거품 경제가 붕괴된 여파를 직통으로 맞았다. 당시 일자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어려운 시기를 뚫고 나왔지만 20여 년이 지난 현재도 그때의 여파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최근 전반적인 임금 수준이 상승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눈에 띄는 연령별 격차가 존재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대와 30대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1만 엔 이상 증가했다. 반면 40대 후반 1000엔을 약간 웃도는 수준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50대 초반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취업 빙하기 동안 정규직을 구한 젊은이들이 거품 경제기에 고용된 고령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경력을 발전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정년 연장 추세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악화시켰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50대 초반이 고위 관리자 직책을 맡고 있는 비율은 1.7%포인트(p) 줄었다고 노동부는 밝혔다. 반면 60대 초반 근로자의 경우 0.9%p, 30대 초반 근로자의 경우 0.1%p 증가했다.
이직에서도 잃어버린 세대는 소외됐다. 노동부의 고용동향조사에 따르면 40대 후반 남성 근로자의 직장 이직률은 5.4%로 30대 후반보다 2.3%p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20대와 30대 근로자의 40%가 직장을 바꾼 후 임금 인상을 경험한 반면, 빙하기 세대의 경우 이 비율이 약 30%로 떨어졌다.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일본 기업들이 새로운 인재를 유치하고 기존 직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빙하기 세대는 번외로 취급되고 있다. 많은 고용인들이 잃어버린 세대들이 직장을 바꿀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급여를 인상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들 세대가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서비스정보종합협의회에 따르면 40대 중 금융자산이 100만 엔 미만인 사람의 비율은 2003~2023년에 2배 이상 증가해 14%에 달했다. 더군다나 종신고용과 같은 일본의 전통적인 고용 혜택이 더는 보장되지 않는 상황임에 따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낮은 소득으로 공공복지에 기여한 것보다 혜택을 더 누릴 가능성이 높아 사회복지시스템의 불균형을 초래할 우려가 제기된다. 게다가 잃어버린 세대의 많은 개인들은 경제적 제약으로 결혼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미혼 노인들이 종종 고립과 건강 문제에서 더 큰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 인구의 20%가 빙하기 세대에 속한다”면서 “경제를 위해 이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